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두 사람 모두 대단해요! [줄리 앤 줄리아]

거니gunny 2021. 12. 18. 23:56
728x90
반응형

@스포일러 주의!!@

 

"당신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줄리아의 노력으로 만든 책 "Mastering the art of French cooking"은

21세기 뉴욕 퀸즈에 사는 줄리의 삶을 바꾸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세상을 바꾼 두 여성의 놀라운 이야기!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는 도입부에 "Based on a true story"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Based on two true stories"라 한다. 
(실제로 오프닝 자막을 보면 두 권의 책이 나온다. 
"Julie & Julia" by Julie Powell 
그리고 "My life in France" by Julia child and Alex Prud'homme)

 

'시대도 너무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너무 다른데 어떻게 한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관객은 궁금할 수 있다. 

답은 "요리책"에 있었다. 

 

1. 퀸즈와 파리. 너무도 다른 

 

프랑스 파리와 뉴욕 퀸즈. 

지금 파리는 난민들과 흑인들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줄리아 차일드가 있던 1950년대 시절만 해도 파리는 유럽을 대표하는 "낭만의 도시"였다.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고,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는 모두가 열망하는 "워너비 컬처"였다. 

그리고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리"는 감히 다른 나라에서 따라 할 수 없는, 파리지앵만의 전유물이었다. 

이런 곳에서 줄리아 차일드는 요리를 배웠다. 

 

반면, 뉴욕 퀸즈는 서민층이 사는 대표적인 낙후 동네다.

옆동네 맨해튼과 대비되는 도시로서, 오늘까지도 주목받지 못하는 변두리 뉴욕이다. 

(아랫동네 브루클린과 쌍벽을 이룬다.)
퀸즈는 현재,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이 주를 이루어 살고 있지만 
20세기 후반만 하더라도 퀸즈는 흑인들의 도시이기도 했다. 

퀸즈가 배경이었던 영화 [구혼 작전(coming to america)]1988

또 뉴욕은 다른 도시와는 다르게 지하철이 24시간 운행되어서 주인공 줄리는 따로 차를 끌고 다니지 않는다. 

(이것 또한 뉴욕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다.)

줄리가 블로그를 시작했던 해는 바로 9/11 테러가 일어났던 2001년 바로 다음 해였기 때문에

영화를 자세히 보면 지하철 역 계단에 9/11 희생자를 기념하는 꽃이 여전히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파리와는 전혀 달랐던 퀸즈. 

이들이 한 영화에 같이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역경도 너무 다른.

줄리아는 남편의 일 때문에 함께 파리에 왔으나 요리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프랑스 요리를 직접 배우고 싶다고 선언한다. 그녀는 정식 프랑스 요리 학원에 수강신청을 하여, 요리사들만 듣는 수강코스를 선택해 첫 번째 역경을 이겨낸다. 

두 번째 역경은 우연히 찾아오는데, 어느 날 줄리아는 파리에 있는 "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에 들른다. 

이 서점은 파리에서 영어책을 파는, 몇 안 되는 서점인데, 줄리아는 영어로 쓰인 "프랑스 요리"책이 없음을 발견한다. 

요리사의 도움 없이, 혼자서도 만들 수 있는 프랑스 요리 레시피를 알려주고 싶었던 그녀는 그 이후로 "요리책"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결심은 평탄했던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난과 역경은 상상초월이었다. 

지금이야 디지털 책이고 유튜브고 바로 시작하면 되지만 1950년대에 무슨 재주로 그런 책을 만들 수 있겠는가?!

게다가 책에 담고 싶은 양이 너무 많아 이 책을 만들 출판사도 찾기 어려울 판국이었다. 

 

21세기 줄리는 더 최악이다.

매일 반복되는 텔레컨설턴트의 스트레스. 

맨해튼 친구들의 끊임없는 자랑질과 친목질. 자기를 돈벌이로 이용하는 배신녀까지. 

세상에 낙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줄리였다. 

오로지 그녀가 가졌던 희망은 요리, 블로그, 그리고 줄리아의 책. 

그런데! 희망이었던 블로그가 생각처럼 잘 안된다. 

하도 딸이 이상한 짓(?)을 하니까 엄마가 줄리 블로그에 첫 댓글을 단다. 

"줄리야. 엄마다. 난 네가 이런 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네 유일한 독자인 것 같구나."

(이게 진짜 킬포인트다 ㅋㅋㅋ영화 통틀어서 가장 크게 웃었다ㅋㅋㅋㅋㅋ)

 

요리도 힘들어 죽는다. 

프랑스에서 하는 것도 힘들어 죽는데, 

뉴욕 퀸즈에서 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게다가 주방은 엄청 작은데, 1년 안에 해야 할 레시피가 자그마치 524개라니...!!

 

그런데!!

이 두 주인공은 이 역경을 이겨냈다. 

고난도 있었고, 그들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짓궂은 사고도 많았지만

그들은 모두 이겨냈다. 

나라면 도저히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것만 같던 순간이었음에도 

그들은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꿈을 향해 걸어갔다. 

 

이 성공 히스토리는 실화였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벌어진 성공이다. 

우리도 안 될게 뭐가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이다."

여전히 이 진리는 유효하다. 

 

3. 조연이었지만 꼭 필요했던 두 남편. 

이 영화에 대한 네이버 평점을 살펴보았다. 

영화에서는 조명하지 않았던 "남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게 신기했다. 

그만큼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남편"이 옆에 있어준 게 엄청 큰 힘이 되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들이 해준 것이라곤 그냥 만들어준 요리 맛있게 먹어준 것뿐인데...

(이래서 남자랑 여자랑 보는 시각이 다른가보다.)

 

4. 최고의 감독, 최고의 배우

 

"감독 : 노라 애프론"

영화를 다 보고 감독이 누군지 궁금했다. 

처음 보는데??

그런데! 내가 실수했다. 

아주 큰 실수를 했다. 

이 감독님은...

바로 "유브 갓 메일"을 연출한 감독님이시다!!!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로맨스 영화 중 단연 최고 TOP5 안에 들어가는 "유브 갓 메일".

이번 영화는 로맨스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지만 뭔가 영화를 보고 나면 뿌듯한 느낌이 드는 상쾌함은 동일했던 것 같다.

이 분이 만든 해피엔딩은 참 훈훈하고 좋다.  

 

거기에 최고의 배우 두 명이 나온다. 
메릴 스트립과 아담스 에이미. 

두 배우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최고의 배우들.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는 참 독특한 것이,

서로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지만 

정말 서로를 공유한 것처럼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이런 구성은 예전에 메릴 스트립이 '역시' 나왔던 [디 아워스(The hours)]와 유사한 것 같다. 

이 영화 역시, 세대를 초월한 세 여인들이 인생을 공유하는 비슷한 포맷이었다. 

물론 "디 아워스"는 버지니아 울프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엄청 우울하고 어둡다. 

분위기는 많이 달랐지만,

"여성들이 시간을 거슬러 함께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책이 공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에 공통점을 느껴 흥미로웠다. 

 

메릴 스트립과 줄리 모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주는 부담감을 잘 이겨내고 잘 연기해주었다. 

 

5. 반가웠다. 파리와 뉴욕!

신기하게도, 내가 여행했던 곳들이 다 나온다. 

뉴욕 퀸즈와 프랑스 파리. 

두 동네 모두 하루 정도 머물렀던 곳이지만, 이렇게 영화에서 또 마주치니 반갑기 그지없다. 

(잠깐이었지만 줄리가 친구와 수다 떨었던 Strand bookstore도 반갑다.)

또 정말 재밌는 것이 
여기 나온 프랑스 서점 Shakespear and company, 

[비포 선셋]에서도 나온다. 
이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과 같이 "비포 선셋"도 예전에 봤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저 서점이 나왔다는 게 솔직히 신기했다. 

6. 아쉬운 점. 

정말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나와서 영화 보는 내내 배고파서 혼났다.

특히, 내 최애 초콜릿 케이크는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한국은 오븐이 있는 집이 없다는 점.

거~의 없다. 
문제는... 줄리아의 레시피 절반 이상은 오븐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것. 
오븐이 없어도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왜 이렇게 감독이 공화당을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뭔 놈의 악당들은 죄다 공화당이야;;;
물론 맥카시가 과거 공산주의 청산을 외치며 과격하게 나간 건 안다.
매카시즘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억울한 누명을 씌운 것은 빼박 역사다. 
2002년도 조지 W 부시가 이라크 전쟁을 무리하게 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굳이? 굳이 그걸 영화 속에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영화는 영화로만 보고 싶다. 정치 기름기는 쫙 뺀 영화를 보고 싶다. 

 

전체적으로 보는 내내 몽글몽글한 마음이었다. 

추억도 요리도.

영화를 추천해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P.S.: 줄리와 줄리아는 나중에 만나게 됐을까? 줄리아는 줄리의 진심을 받아줬을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