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게도 외국분이 추천해준 한국영화.
언젠가 보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보게 됐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은 유명작들이 많다.
[박하사탕]이나 [밀양], [오아시스]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보이지 않은 문제들을 영화로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많았고,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불쾌하고 불편한 소재들이 많아서 (장애인 문제, 기독교 문제 등) 애써 보지 않았다. (좌파 영화감독이라는 별명처럼 좌파가 좋아할 만한 관련 작품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버닝은 스티븐 연과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고,
과연 어떤 작품이었길래 외국인이 추천해줄 정도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본 [버닝]은 꽤 깔끔한 영화다.
"깔끔하다"라는 평을 하기 어렵다고 다들 말하는데, 아마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주인공이 저지른 행동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가 충분히 많은 단서를 제공하고 있었고, 우연치고는 너무도 많은 냄새가 났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 유아인의 행동은 뜬금없지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끝을 맺음으로서 나에겐 찜찜함이 없어졌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불편함이 확실히 있다.
지하철역 계단 오르막에서 구걸하는 거지를 보고 애써 무시하는 마음과 같다.
굳이 남의 문제를 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그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들어본다면
얼마나 안타깝고, 얼마나 분노가 이는지 모른다.
영화의 기능이 이런 것 같다.
가장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공적인 문제를 꺼내는 기능.
유아인은 확실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악역을 할 때는 악역에 맞는 가면이 튀어나오고
찌질한 주인공 역을 할 때는 그렇게 또 찌질한 가면을 쓴다.
너무도 찌질했지만, 그의 행동에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021년 마지막날 본 영화였는데, 꽤 좋은 작품을 선택한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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