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재미있는 설정이다.
2020년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라니.
처음엔 엄청 헷갈렸다.
"가만, 이거 뭐지? 경찰차가 최신식인 데다가 카페에 전자 키오스크?? 이거 정말 2차 세계대전 상황 맞아?"
알고 보니 시대는 2020년인데 영화 스토리만 1940년 상황이란다.
(이런 설정 장치를 가리켜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라고 한다.)
그 점만 빼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있을 때 가장 서러울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바로 비자 문제가 닥쳤을 때다.
평소에는 아무런 차이 없이 잘 지내지만 비자 문제가 생기면
"이방인"은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일군을 피해 망명한 자라면 인간보다 못한 목숨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감독은 영화를 "아나크로니즘"으로 구현해 냈을까?
아마 현재 유럽의 모습을 꼬집으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설정만 다를 뿐, 여전히 유럽에서 이방인은 조마조마한 삶을 살고 있고,
언젠 쫓겨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죽지 못해 사는 삶이다.
이들이 남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원해서 자기 나라를 망명한 것도 아닌데
평생 이방인이라는 낙인으로 눈치 보며 살아야 하고, 언젠가 쫓겨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아간다.
허나 확실히 짚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이 영화를 재밌게 봤다고 "나는 난민을 지지해요"라고 한다면 오산이다.
난민 문제는 이제 단순하지가 않다. 유럽은 여전히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난민이 있지 않았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수많은 고통들을 자국민들은 감내하고 있다. 심지어 테러의 위협 속에 살고 있다.
따라서 나는 난민을 향해 이해는 가지만 필요 이상의 긍휼히 여기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개중에는 마치 목숨 구해줬더니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안하무인들이 있다. 정이 안 간다.)
그래도 과거에 봤던 "레 미제라블(2019)"보다는 훨씬 낫다.
(진짜 그 영화는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 긍휼은커녕 욕만 나오니까;;;)
다르덴 형제 영화 [언노운 걸]이나 [소년 아메드]도 그렇고
유럽은 난민에 대한 딜레마가 항상 있는 것 같다. 2000년 이후로 겪고 있는 난민 문제를 과연 그들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미래가 궁금하긴 하다.
[트랜짓]처럼 강압적인 추방정책이 나오게 될지 아니면 옛 유럽은 더 이상 없고 무슬림이 유럽을 잠식할지...
영화를 볼 때 전체적으로 만족했지만 하나 아쉬운 것은, 여자 주인공의 태도다.
남편이 자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
왜 다른 남자랑 동거를 하는지?
게다가 다른 남자로 또 갈아탄다?
무슨 시추에이션일까?
아무리 유럽이 자유분방하다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이 사람의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프란츠 로고스키.
영화 [인 디 아일]을 통해 정말 인상적인 배우다 생각을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참 매력적인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입술 상처 때문에 호아킨 피닉스랑 너무 닮았다.(굳이 따지자면 프란츠가 좀 더 착해(?) 보인다.)
다른 남자와 동거하지만 남편이 자기를 찾아올 거라는 이상한? 확신을 가진 팜므 프라질의 그녀.
배우 폴라 비어도 참 좋은 연기력을 펼쳤다.
나는 모르지만 이 배우는 다른 좋은 작품에서도 멋진 연기를 펼친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나온 영화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것도 좋은 숙제가 될 것 같다.
영화 [트랜짓]의 감독 크리스티안 펫졸드.
최근 몇 년간 이 사람의 작품이 계속 한국에도 개봉이 된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과연 어떤 재밌는 발상으로 영화를 만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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