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드라마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참신한 소재와 과거 있었던 드라마 공식을 보기 좋게 깨면서
아주 만족스러운 드라마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웹툰 작가가 만든 드라마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드라마 [크라임 퍼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화부터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인공이 "살인자"를 자처하며 경찰에 붙잡힌다. 이전에 없었던 내용이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가 그나마 가장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연배우가 애초부터 감옥에 살인혐의로 들어간 적은 이번 드라마가 처음이다.
웹툰의 장점
1화부터 쭉 들이키는 집중력은 웹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웹툰은 1화부터 독자를 사로잡아야 살아남는 무한경쟁 시장이다. 따라서 작가들은 보통 1화부터 충격적인 내용을 넣거나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짜잔! 재밌겠지?"
기존 드라마들은 아무리 1화부터 노력해도 웹툰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그래서 웹툰 드라마는 웹툰의 호기심자극을 아주 잘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충격요법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용두사미
크라임 퍼즐을 본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리뷰가 "용두사미"다.
처음엔 천재 주인공의 정밀한 행동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끼지만
회차를 거듭할 수록 천재성은 온 데 간데없고 오로지 복수심에 불탄 사나이만 있다.
초반에 성경책으로 살인을 계획하는 수법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 소재였다. 하지만 이런 참신함은 처음에만 나타나고 후반 갈수록 어떠한 반전이 나타나지 않았다.
점점 루즈해지는 스토리
소위 "우리편"에서도 뚜렷한 반전 공격이 없고,
"빌런들" 쪽에서도 답답한 공격만이 있을 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격이 전무하다.
이러한 애매한 설정과 느슨해지는 스토리는 '웹툰의 한계'와 꼭 같다.
자극적인 소재를 보여주긴 줘야 하는데 가지고 있는 총알이 별로 없다 보니까
계속 변죽만 울리다가 푸슉하고 공에서 바람이 빠져 버린다.
이번 드라마 [크라임 퍼즐]역시 웹툰 드라마가 가진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배우들의 연기력 한계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기가 아쉬울 줄이야...
이건 배우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캐스팅의 문제인 것 같다.
평소 조곤조곤 소리를 잘 내는 연기자가 갑자기 어색한 육두문자 쓰면서 고함을 질러댄다.
게다가 정말 중요한 롤인데 감정선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딕션이 이렇게 불편하게 들리면 어쩌겠다는 건지...
이 드라마는 신기하게도 연기자들이 자기한테 안 맞는 옷들을 입고 패션쇼 하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자연스러운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건
한승민 역을 맡은 윤계상 씨와 막내 경찰 박수빈 역을 맡은 서지혜 씨 정도다.
웹툰 드라마가 우후죽순 나오는 시대다.
소재도 참신하고 기존 마니아 독자들도 있기 때문에 인기를 수월하게 할 거라 생각해서
웹툰을 드라마로 많이들 만든다.
(그리고 꽤 히트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양날의 검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웹툰이 가진 안 좋은 점들을 드라마가 그대로 답습한다면
더 이상 웹툰 드라마는 매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웹툰의 강점을 잘 소화해서 드라마가 또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면
보다 나은 웹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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