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더너(a Londoner)의 자부심[패딩턴1,2]

영국인이 생각하는 런던은 어떤 느낌일까?
그들이 생각하는 런던은 세상의 중심이요, 곰이라도 평생 구경 오고 싶어 하는 가장 멋진 도시다.
깊숙한 페루에서 한 마리의 순수한 곰이 런던을 방문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아기공룡 둘리]가 생각났다.
남극에서 건너온 둘리가 전혀 위화감 없이 한국의 한 가정집에서 사는 만화 말이다.

한국의 둘리는 훨씬 고약한 개구쟁이다.

하지만 둘리와 패딩턴은 그 차이가 확연하다.
우선, 둘리는 패딩턴과 달리 엄청난 장난꾸러기인 데다가 고길동 아저씨를 못 살게 구는데 선수다.
반면 패딩턴은 세상 착하고 순진하다.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거나 판사 할아버지 소중한 머리를 잘라낸 것들은 의도치 않은 실수였으니 용서해주자.

둘째로, 서울과 런던이 갖는 인상이다.
둘리는 우연히 한국 서울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둘리는 한국을 동경하지도 않았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평생소원이 아니었다. (둘리는 한국이 뭔지도 몰랐을 것이다.)만약 빙하가 한강이 아니라 일본 강 어딘가 흘러갔다면 둘리는 그냥 일본에서 살았을 것이다. 한국에 불시착해서(?) 살아가는 것이 둘리의 스토리 전부다.

반면 패딩턴은 애초에 런던이 그의 버킷리스트다.
그만큼 런던은 동경의 대상이요,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이런 곰의 동경을 통해 우리는 간접적으로 런더너들이 도시 런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영국인이라는 것에, "런더너(a Londoner)"라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패딩턴2에 나오는 유명 장소들

패딩턴역

패딩턴1,2편 모두가 런던을 향한 사랑과 자부심이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작품들이다.
이런 런던 사랑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 같다.
우선, 자기가 사는 도시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곳인지 기뻐할 것이다.
곰 조차도 환영받는 런던. 우리가 꿈꾸는 따뜻한 세상이 바로 런던이라는 소망을 아이들이 갖게 될 것 같다.

또 하나 숨은 장점이 있는데, 아이들의 학습이다.
굳이 런던 명소를 책에서 달달 외우지 않아도, 패딩턴 영화만 기억한다면 수십 개의 런던 명소를 저절로 외우는 게 될 테니 말이다.
자세히 보면 1편과 2편 영화 내용 모두 런던의 유명 장소가 나온다.
1편에서는 "패딩턴역"과 "런던 자연사 박물관", "리틀 베니스", 그리고 "버킹엄 궁전"까지 다양한 스토리로 패딩턴이 곳곳을 누빈다.
2편에서는 더 노골적이다. 아예 "런던의 숨은 랜드마크를 찾아라!"는 미션으로 패딩턴과 브라운 가족의 모험은 시작된다.
(특이한 점은, 패딩턴이 감옥에 갇힌 곳은 런던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킬매인햄 가올(Kilmainham Gaol)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음식이 그렇게 없나?? 😥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1,2편에 걸쳐 나온 음식이 고작 "마말레이드 샌드위치"밖에 없다는 점이다.

패딩턴의 최애 음식 마말레이드 샌드위치

정말 맛있는 음식이 없나? 어떻게 샌드위치만 계속 보여줄 수가 있지?
뭐 아무튼. 그것 빼고는 모든 어린이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이 영화를 추천해준 분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