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팩트와 진실의 차이 [어디갔어, 버나뎃]

거니gunny 2022. 1. 2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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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오늘, 인생 영화 리스트에 한 편이 또 올라갔다.
[어디갔어, 버나뎃]

내가 바라는 인간상과는 전혀 달랐던 주인공 버나뎃.
이기적이고, 자기만 맞다고 생각하는 정말 재수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일절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살아간다. 그나마 그녀가 마음 터놓는 사람은 딸 "비".
왜 그녀는 이렇게 사회적 "위협(menace)"이 됐을까?
이것이 바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세상에는 "팩트"와 "진실"이 다른 경우가 있다.
둘의 가치가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버나뎃의 경우처럼, 팩트와 진실이 너무 많이 달라서 억울한 사람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팩트'로만 본다면, 버나뎃은 우울증 환자, 반사회적 인물이 맞다.
"Menace [매너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팩트가 그녀 주위를 돌고 돈다.
그녀가 치운 블루베리 넝쿨 때문에 이웃의 담장이 무너진 것은 팩트다.
하지만 그 팩트 뒤에 있는 진실은 이웃집 여자가 '제발 좀 블루베리 넝쿨 좀 치워달라' 종요한 이유로 담장이 무너진 것이다.
약통을 젤리 유리병에 몽땅 넣은 것은 팩트다.
하지만 그녀가 자살하려고 넣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알약들을 넣으면 뭔가 예뻐 보여서 그런 것이다.
버나뎃이 그녀의 인터넷 어시스턴트였던 "만줄라"에게 개인정보를 넘겨준 것은 팩트,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우울증 환자라서 저지른 것이 아니다. 사기꾼이 작정하고 사기를 치는데 안 넘어갈 사람들이 몇이나 있겠는가?

물론 그녀의 잘못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자극하는 간판을 만들거나 "만줄라" 비서 때문에 모든 개인정보가 러시아에게 넘어갔다는 것 등 그녀도 자기가 일정 부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팩트만 보고 진실을 보지 못했던 남편은 결국 아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한다.
모든 오해가 풀리고, 아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지금 아내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자 남편은 아내에게 사과한다. 아내가 정신병이 있다고만 생각했지, 진짜 아내가 빛나는 것이 무엇인지 무시했던 것이다.

팩트와 진실이 벌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비록 영화는 영화로 끝나고, 이 이야기도 실화가 아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 관통하고 있는 "팩트와 진실의 차이"는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다.
나는 과연 현실 속에서 팩트와 진실을 분별할 수 있을까?
팩트만 보고 진실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나도 범하지 않을까?

그 팩트와 진실을 좁힐 수 있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내 머릿속에서는 "대화"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상대방을 향한 솔직한 마음과 대화만이 이 간극을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이 아닌 이상 우리는 행동과 말로 사람을 판단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

이 땅에 있는 모든 버나뎃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다.
"버나뎃, 오해해서 미안해"

리처드와 케이트의 환상적인 조합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이제 믿고 본다.
그의 모든 작품들은 다 감동적이고 생각할 거리를 준다.
영화의 재미를 깨닫게 해 준 감독은 "크리스토퍼 놀란" 이지만,
사람다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다.
사랑이 무엇인지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알려주었고,
성장이 무엇인지 [보이후드]를 통해 알려주었다.
동심이 무엇인지 [스쿨 오브 락]을 통해 보여주었고,
애국심과 아픔이 무엇인지 [라스트 플래그 플라잉]을 통해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그의 모든 신작들은 믿고 볼 생각이다.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는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그녀의 작품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는데 솔직히 그때보다 지금 이 영화가 더 놀랍다. 앞으로도 그녀의 연기 이력이 기대가 된다.

케이트 블란쳇이 워낙 연기를 잘하다 보니 튀지는 않았지만 남편 역할의 빌리 크루덥은 늘 기대되는 배우다.
특히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다. 어찌나 목소리가 부드럽고 좋던지!
[빅 피쉬]를 다시 보는 이유도 다름 아닌 빌리 크루덥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애매한 남편 역으로 나와서 좀 아쉬웠지만 오히려 이런 남편 역을 빌리가 해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버나뎃에게 관객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정말 아내, 남편 모두 연기를 잘해주었다.

딸내미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ㅋ 연기는 잘했다. 끝
솔직히, 딸내미는 너무 엄마 편만 드는 것 같아서 싫다.

나 같으면 딸한테 엄청 상처받았을 것 같다...;;; 영화에서 딸이 "날 '버지' 라 부르지 말아요. 엄마만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 아빠는 아니에요."라고 했을 때 진짜 아빠라면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그러면서 닥터 드레 헤드셋에 비즈니스석 타는 딸이라니;;;(영화는 영화일뿐... ㅋㅋ)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만나서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
과연 내가 만약 버나뎃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랑 너무도 대척점에 있는 성격이라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안된다고하는데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허락을 받아내는 그녀의 놀라운 실행력은 진짜 놀랍지 않은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만났을 때 밤샘은 물론이고 거센 반대에도 밀어붙이는 실행력은 내가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물론 그 성격 때문에 이런 힘든 일을 겪기도 했지만 말이다.

내 주변에 버나뎃이 있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그 사람이 내 아내라면?
그 사람이 내 가족이라면?
나는 과연 버나뎃을 이해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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