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왜곡된 죄책감의 허상[드라이브 마이 카]

거니gunny 2022. 3. 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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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면 이렇게 됩니다. 

 

 

@스포일러 주의!!!@@

 

1. 공허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던 가후쿠. 

 

정작 화를 내야 할 입장이지만 아내 없는 삶이 너무 두려워 애써 그녀의 외도를 눈 감는다. 

오히려 아무 책임이 없는 자신은 아내가 죽던 날 집에 늦게 들어갔다는 이유로 매일 죄책감을 갖는다. 

그렇게 죄책감을 갖다 보니 비상식적으로 외도남을 배우로 캐스팅한다. 

마침 외도남 다카츠키는 미성년자와의 불미스러운 관계로 인해 드라마계에서 쫓겨나 소속사 없이 전전하는 신세였다. 

아내에 대한 왜곡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옆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기 위함이었을까?

가후쿠는 그를 캐스팅하고 차갑지만 선을 넘지 않으며 계속 불편한 동행을 이어나간다. 

2. 엄마는 내가 죽인 거예요. 

 

주인공 가후쿠 못지않게, 잘못된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았던 운전사 미사키. 


운전사 미사키는 엄마가 정신분열증이 있다는 걸 후에 가후쿠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엄마에겐 "사치"라는 또 다른 자아가 있었는데 이 자아는 자신에게 정말 잘해주고 
성격이 좋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에게 평소에는 맞지만 "사치"가 나올 때마다 좋았다고. 
그녀 역시 진정 엄마가 아닌 허상을 엄마라고 착각한 케이스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하는 것은 이미 미국의 도구 주의자의 말과 같은 주장이다. 

"사치"라는 엄마의 분열증은 절대로 그녀를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눈사태가 일어나 엄마와 자신 모두 죽을 뻔했지만 

자신은 빠져나오고 엄마는 그냥 죽도록 내버려둔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 일이기 때문에 그 아이가 뭘 알았겠냐마는,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사치를 죽게 내버려 둔 그녀의 행동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는 결론을 가질 수 있다. 

미사키의 본능은 이미 "엄마의 진정한 모습은 사치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던 "사치"가 정말 엄마의 모습이라고 믿었고, 이것이 진실이라면 그녀는 어리지만 바로 엄마 구조를 요청했을 것이다. 

매번 때리는 엄마의 손길이 진실이었고, "사치"는 허상이라는 슬픈 진실을 어리지만 이미 알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거짓된 죄책감으로 너무도 오랫동안 살아왔다. 

실제로 엄마가 죽은 것은 눈사태 때문이지 자신 때문이 아닌데. 

 

그래서 가후쿠도 위로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만약 미사키의 아버지였다면 '네 탓이 아니야'라고 말해줬을 거야."

 

미사키의 잘못되고 왜곡된 죄책감은 결국 가후쿠에게 이상한 조언을 해주면서 겉으로 드러나게 된다. 

"(당신의 아내가) 가후쿠씨를 진정 사랑한 것도, 다른 남자를 끝없이 갈망한 것도,
어떤 거짓과 모순도 없는 것 같은데요. 이상한가요?"

영화를 보면서 이 대사를 하는 미사키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럼 결혼을 왜 했어? 결혼이란, 평생 이 사람만을 사랑하겠다는 서약 아니야?' 

결혼이 아닌 데이트를 해도 '양다리'는 헤어질 사유가 되는데
미사키는 왜 남편 사랑과 외도에 거짓과 모순이 없다고 얘기할까?

미사키가 이런 허망한 조언을 해주는 것 또한 역시 왜곡된 죄책감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가후쿠나 미사키 모두 왜곡된 죄책감으로 너무도 오랜 시간을 힘들게 살았구나'였다. 

다행히 이런 왜곡된 시각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큰 위로가 되어 영화는 마무리된다. 

(솔직히 억지라고 생각은 들지만 뭐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치고는 꽤 잘 돌고 돌아서 마무리 잘한 것 같다.)

 

[해피 아워]보다 훨씬 더 짧아서 다행이다. 
전혀 아쉽지 않았고, 딱 3시간짜리로 잘 편집한 것 같다. 
지금 당장이라도 감독에게 

"[해피아워]도 제발 3시간짜리로 편집해주세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배우들 레벨이 달랐다. 
[해피아워]에서는 정말 보기 힘든 발연기들을 봐야 했는데, [드라이브 마이카]는 전혀 그런 어색한 모습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까지 정말 연기를 잘해주었다. 
특히, 한국인들의 연기는 정말 구수하고 좋았다.
일본인들과 다르지만 또 일본에 사는 교민처럼 행동하는, 맛깔난 연기를 잘해주었다. 

3. 마지막 장면은 넣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마지막 반전은 뭐지??? 갑자기 미사키가 한국에?

게다가 누가 봐도 가후쿠 차인데 왜 끌고 다니는 거지?

게다가 한국인 개가 왜 미사키한테 있지?

너무 뜬금없다 보니까 반전 스토리의 진실이 궁금하기보단 감독이 왜 저 씬을 넣었을까 의도가 궁금하다. 

영화 속 이야기들이 정말 많다. 연극 이야기, 앞부분 아내가 해 주는 이야기, 아내 오토와 가후쿠의 이야기, 

외도 이야기, 히로시마 이야기, 운전사의 홋카이도 이야기, 한국인 이야기 등등 

게다가 이 많은 이야기들이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고 했는데, 충분히 받을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대신, 두 번 보기에는 너무 길어서 두 번 보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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