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한 소년이 바캉스를 즐기러 휴양지에 왔다.
그런데 이 소년, 나랑 닮은 구석이 있다.
엄청난 애어른이다.
초딩이 벌써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가 하면,
가족들 다 죽으면 자신이 혼자 남을 거라 생각하고 벌써부터 "혼자 있기 연습"을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이런 진지 X100 소년에게 4차원 소녀가 갑자기 들어온다.
순진한 소년에게 상처란 상처는 다 주면서 또 잘 논다.
가족과의 휴가를 이 소녀 때문에 완전히 망치는 중이다.
영화 상영시간이 상당히 짧은 편이다.
84분. 하지만 초반, 중반까지 너무 지루하고 심심했다.
고작 80분 분량에서 중반까지 지루하면 말 다한 거 아닌가?
마지막 10분 전까지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
멋모르는 소년한테 같이 살사춤 추자고 하는 둥,
게스트 하우스에 초대한 손님이 갑자기 자기 아빠라는 둥,
이해할 수 없는 소녀의 행동에 보는 나도 점점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영화를 보는 내내 말괄량이 소녀와 애어른 소년이 네덜란드 버전 "소나기"를 만드는 가 싶었다.
'보나 마나 첫사랑 얘기겠지.'
하지만.
마지막 10분을 남기고 영화는 갑작스럽게 변화한다.
그리고 이제껏 앞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다 소중하게 다가왔고, 전혀 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감독은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이렇게 지루한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바꾸었을까?
가장 반전이었던 부분은 뭐니 뭐니 해도 할아버지와의 대화다.
집에서 막내였기 때문에 가족 중 제일 늦게 남을 거라 생각했던 주인공 쌤.
그래서 소년은 혼자 있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소녀 테스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계속 생긴다.
이상한 세계에 사는 테스는 여러모로 상처도 많이 주고, 알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옆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다가 또 테스와 사이가 안 좋아지고
혼자 있기 연습을 더 하고 싶었던 쌤은 갯벌로 혼자 놀러 간다.
급격하게 불어난 바닷물로 인해 혼자 있기 연습을 커녕 죽을 운명에 놓이게 된 쌤.
아무도 살려주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그 찰나, 험상궂게 생긴 할아버지가 난데없이 자신을 구해준다..!! 충격이다.
게다가 할아버지와의 1분도 안 되는 짧은 대화가 소년의 인생관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세상엔 돈을 모으는 사람이 있고,
우표를 모으는 사람도 있지
또 어디서 들었는데
초콜릿 달걀(킨더초콜릿)을
모으는 사람도 있다더라
...
최대한 많은 추억을 모으거라
함께 보내는 순간들 말이야
너무 늦기 전에
이 한 장면으로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에서 엄청난 영화로 바뀐다.
이제껏 주인공이 했던 "혼자 있기 연습"이 얼마나 모르고 한 순진한 것인지 깨닫는 순간이다.
이래서 어른들이 필요한 거다.
자신의 개똥철학이 왜 틀렸는지 말해 줄 수 있는 건 어른들 뿐이니까.
(다만, 요즘 어른들은 자기 존중만 원하지 이런 주옥같은 조언을 주는 어른들은 많지 않다.)
감독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 게, 할아버지의 등장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영화에 나오는 비중은 1%도 안 된다.
처음 이상한 폐가에 들어간 쌤이 험상궂게 생긴 할아버지를 보고는 겁이 나 도망친 장면 빼고는 영화가 끝나기까지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 할아버지 씬을 왜 넣었는지 그 장면에서는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막판에 할아버지의 등장,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인해 쌤은 인생을 깨닫고, 이제껏 자신이 했던 모든 것이 잘못되었구나라는 것을 한방에 배운다.
쌤과의 대화로 인해 할아버지는 무서운 노인에서 아주 따뜻하고 정이 많고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신 할아버지로 바뀌어버린다. 그래서 할아버지 캐릭터는, 나오는 분량은 적지만, 정말 소중한 캐릭터이다.
어설픈 소년 소녀의 첫 사랑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소년 소녀의 성장을 다룬 영화였다.
네덜란드 영화는 거의 처음 보는데, 참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른 영화에 비해 짧지만 아주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름 휴가 때 보면 좋을 영화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La Casa De Papel[종이의 집] 오리지널 (0) | 2022.06.27 |
---|---|
코엔은 장르다[헤일, 시저!] (0) | 2022.06.19 |
주인공보다 프랑스에 눈이 가[뤼팽 Lupin] (0) | 2022.06.09 |
톰 크루즈 영광의 시작 [탑 건1] (0) | 2022.06.04 |
데이빗 로워리의 감성 그대로[Ain't them bodies saints] (0) | 2022.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