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야구 빼고 다 있는 인생이야기 [스토브리그]

거니gunny 2022. 9. 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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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In english, Stove league

 

야구 좋아하세요?

야구는 하는 나라가 많이 없기 때문에 그리 좋아하시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은 야구에 완전히 미친 나라입니다.

매일 야구장을 찾는 열혈팬이 있는가 하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집에 안 가고 야근을 하면서 야구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하는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굳이 야구를 몰라도 보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드라마는 애초에 야구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거든요.

야구를 다루는 드라마인데 야구를 몰라도 된다니. 참 신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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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줄거리.

Here’s the summary of Stove League

스토브리그(Stove League)의 의미는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 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합니다.

왜 하필 “Stove(난로)”라는 단어가 생겼냐 하면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재송 드림즈 프로야구팀.

드림즈 야구팀은 내년에는 꼭 꼴찌를 탈출하고자 단장을 새롭게 뽑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뽑힌 단장이 뭔가 이상합니다.

잘 웃지도 않고, 오자마자 팀내4번 타자 에이스인 임동규 선수를 트레이드한다고 합니다.

야구선수 출신도 아닌 데다가, 그나마 있는 희망까지 잘라버리는 막무가내 백승수 단장.

과거 프로 씨름단, 아이스하키팀, 그리고 핸드볼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력이 있지만 하는 행동들만 봐서는 너무도 이해가 안 갑니다.

 

스토브리그 기간,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단장과 운영팀은 과연 내년 시즌을 위해 잘 준비할 수 있을까요?

이 드라마를 보신다면 멋진 야구팀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숨은 노력과 땀이 있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꼴찌가 1등 하는 심플한 스토리가 아닙니다.

야구 비시즌이 얼마나 치열한 기간인지 알게 되는 드라마.

야구 드라마인 줄 알았다가 인생을 배우고, 사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드라마.

드라마 “스토브리그”입니다.

 

1. K-Drama without Romance

혹시라도 멜로드라마(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드라마는 그것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오히려 매번 식상한 한국 멜로드라마의 탈을 완전히 벗은 아주 멋진 도전적인 드라마니까요.

아예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한국의 프로야구 사랑. 야구 사랑이야기가 나옵니다.

매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음주운전 사고, 과거 학교폭력 연루 사건들, 원정도박, 성매수 사건들 등등.

프로야구만큼 잡음이 심한 스포츠도 없는데, 이상하게 한국에서의 프로야구 사랑은 식을 줄 모릅니다.

야구 시즌만 되면 야구를 직관하러 경기장에 갑니다.

축구나 배구, 농구 등 다른 종목들도 인기가 있지만 프로야구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야구를 끔찍이도 사랑하는데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드라마를 꼭 시청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요.

이 드라마는 야구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야구 시즌이 끝난 시점부터 시작되고, 다음 야구 시즌이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만 다루고 끝이 납니다.

허무하지 않나요?

그렇게 야구 야구하는 드라마일 줄 알았는데, 정작 야구는 안 보여주다니.

그게 말이 되나요?

. 말이 됩니다.

작가가 그걸 가능하게 하더라고요.

사실, 이게 훨씬 더 좋았어요.

스포츠를 다루는 드라마에서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이 어설프게 스포츠 선수들을 흉내 내야 하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실제 스포츠 선수가 아닌 배우들이 프로선수들처럼 날렵하게 무언가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이 드라마도 카메라 편집을 통해 대역을 쓰면서 그 어색함을 줄이려고 노력을 많이 하긴 했는데요.

공이 날아가는 모습은 CG로 처리하면서 실제 야구하는 모습처럼 보여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어색한 건 어색한 겁니다.

진짜가 아니니까요.

특히 야구는 더욱더 프로와 일반인의 차이가 심합니다.

타자의 자세라든지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자세 같은 경우는 일반인이 따라 할 수 없는 자세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아주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굳이 야구하는 모습을 메인으로 뽑지 않았던 겁니다.

대신 시청자들이 정말 궁금해할 야구의 뒷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히려 이렇게 야구 비시즌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야구팬들은 야구팀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에 대해 더욱 알아가게 됩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연못에서 우아하게 헤엄치는 오리가 생각났습니다.

겉으로는 아주 우아하게 물 위를 다니는 오리지만 그 물 밑에서는 아주 치열하게 발로 헤엄을 치죠.

뉴스나 카메라에서 보는 야구선수들의 화려한 모습들만 보아온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겉으로만 보이는 야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를 보고서 한국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드라마는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치열한 보이지 않는 싸움을 보여줍니다.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여기에 나오는 선수나 팀 직원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정말 순수하고 열정적입니다. 몇몇은 빼고 말이죠.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드라마.

드라마 “스토브리그”입니다.

 

2. 꼴찌가 계속 꼴찌만 하는 이유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보면 늘 드는 질문이 이겁니다.

아니, 솔직히 1위 팀이나 꼴찌팀이나 다 프로 선수이고,

다 실력은 비슷비슷할 텐데 왜 항상 1위 하는 팀은 1위를 매년 하고, 왜 꼴찌팀은 매년 꼴찌만 할까?”

이 드라마를 보니까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새롭게 부임한 백승수 단장은 우승을 위해 팀을 정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발견합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실력 부족도 있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더 많습니다.

코치들의 파벌싸움. 허수아비 감독의 권위 부재.

특정 선수의 거만한 자세.

이뿐만이 아니죠?

이렇게 징글징글한 팀 내부 문제들을 정리한다 해도

외부로는 다른 경쟁팀들과 선수 영입 전쟁을 또 치러야 합니다.

어느 하나 쉽게 해결되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갑니다.

백승수 단장은 단장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썩어버린 팀의 정신과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려고 합니다.

이것은 비단 야구팀만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공동체에 속해 있다면 백단장의 리더십과 목표 설정은 공감하실 겁니다.

그리고 경영자의 마인드와 일반 사람들의 마인드가 어떻게 다른 지 드라마는 계속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대하는 야구 선수들에 반해 백승수 단장은 아주 철저하게 자료를 분석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해 반격합니다.

권경민 상무의 끊임없는 방해를 과연 나는, 나라면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저라면 벌써 울고 불고 질질 짜면서 단장 사임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백승수 단장의 단호한 모습들을 보면서 희열을 느낍니다.

누가 봐도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해 내니까요.

백승수 단장은 우승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5화를 보면 백승수 단장이 미국에 용병을 뽑으러 갑니다.

하지만 이미 다른 경쟁 팀에서 더 비싼 돈을 주고 그 선수를 영입하려고 하죠.

백승수 단장은 모든 사람이 포기한 가운데, 선수를 빼앗길 것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 이런 대사를 합니다.

 

“돈이 없어서 졌다. 과외를 못해서 대학에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모두가 같은 환경일 수가 없고, 모두가 각자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 건데,
핑계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집니다.”

저는 이 대사를 들으면서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배웠습니다.

일단 어려움을 마주쳤을 때, 등을 보이면서 도망치느냐

아니면 어떻게든 가드 올리고 피하면서 잽을 날리려고 하느냐.

등을 보이면 때릴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가치이고, 야구를 몰라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인 겁니다.

단순히 야구에 관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극복'에 관한 이야기이고,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한 그룹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라면 과연 어떻게 하시겠어요?

모든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상황 속에서 한숨만 푹 쉬고 포기하시겠어요?

아니면 백승수 단장처럼 목표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달려가시겠어요?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시고 나면 저절로 대답이 마음속에서 나올 테니까요.

 

 

3. 이상한 변호사 박은빈의 또 다른 매력! 단장 남궁민 배우의 대상!

박은빈 배우는 요즘 대세죠?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요.

하지만 박은빈 배우는 우영우 전부터 이미 베테랑 배우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런 박은빈 배우의 또 다른 모습을 이 드라마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운영팀장이라는 자리가 실제로는 상당히 무거운 자리라고 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은빈 배우가 그 부담되는 자리를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 해냈습니다. 그 흔한 러브라인이 있을 법도 했는데 그런 러브라인 하나 없이 아주 잘 해냈습니다.

권경민 상무역을 맡은 오정세 배우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죠.

최근 팟캐스트에서도 소개해 드렸던 동백꽃 필 무렵”에서도 아주 맛깔난 연기를 펼쳤었죠?

오정세 배우는 아주 여유가 넘치는데도 대사 하나하나 틀리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아주 잘 연기해내는 배우들 중 하나입니다.

저 사람이 지금 연기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즉흥적으로 연기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갈 만큼 아주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도 단장 역을 맡은 남궁민의 연기가 가장 돋보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요.

남궁민 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무표정으로 대사를 읽습니다.

무슨 병이 있나 싶을 정도로 로봇처럼 표정 하나 안 바뀝니다.

마치 드라마 "비밀의 숲"에 나오는 조승우 배우처럼 말이죠.

이 드라마에서 백승수 단장은 비밀의 숲 주인공처럼 지병이 있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역경을 겪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포커페이스가 익숙해진 거죠.

와 그런데 남궁민 배우 연기를 보면요.

그렇게 차가우면서도 할 거 다 하고, 심지어 가슴 따뜻한 감동까지 받습니다.

결국 2020 SBS 연기대상에서 남궁민이 이 드라마를 통해 대상을 수상합니다.

저는 충분히 받을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무표정 연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돋보였던 역설적인 연기!

남궁민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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