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나도 빈센조 있었으면…[빈센조]

거니gunny 2022. 9. 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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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처음으로 마피아가 주인공인 한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마피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입니다.
꽃미남 송중기 배우가 주인공이어서 더욱 뜨거웠던 드라마.
매 에피소드마다 사이다였던 통쾌한 드라마

드라마 “빈센조”, In English, Vincenzo


무려 20화라는 긴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전개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던 드라마였는데요.
액션이면 액션, 코미디면 코미디, 로맨스면 로맨스, 치밀한 반전까지
“블록버스터 드라마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드라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을 고루 갖춘 육각형 드라마입니다.
빈센조는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였는데요.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출신 변호사가 물불 안 가리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설정이
엄청 끌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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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빈센조”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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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s the summary of Vincenzo
마피아 전문 변호사 콘실리에리 빈센조 카사노.
그는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마피아에게 인정받은 변호사입니다.
아버지처럼 따르던 마피아 두목이 죽자, 두목의 아들은 빈센조를 배신하고 없애려고 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빈센조는 한국으로 탈출합니다.
한 중국 사업가가 몰래 모아둔 금괴를 되찾아 몰타에서 남은 여생을 살려고 했던 빈센조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금괴를 묻어둔 건물이 바벨 그룹에 의해 강제로 철거될 위기라는 사실.
악명 높은 바벨 그룹이 건물을 철거하기라도 한다면 금괴는 찾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빈센조는 정의로운 변호사 행세를 하며 그 건물 세입자들과 함께 바벨과 싸움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바벨 그룹. 그냥 그룹이 아닙니다.
정치인들 법조인들 모두 돈으로, 협박으로 매수해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그룹이 바로 바벨 그룹입니다.
마피아 빈센조는 과연 거대한 그룹 마피아 바벨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을까요?
건물에 묻힌 금은 무사히 건질 수 있을까요?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스트레스를 확 풀 수 있는 드라마입니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1년 베스트 한국 드라마 TOP20에 당당히 오른 드라마.

드라마 빈센조입니다.

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1세기 함무라비 법전이 되살아났습니다!
악을 악으로 처단하는 드라마는 상당히 낯선데요.
권선징악, 즉 착한 주인공이 나쁜 놈을 정의롭게 심판하는 전형적인 드라마가 아닙니다. 이 “빈센조”는요.
하지만 그 어떤 드라마보다 사이다 같고,
나에게도 저런 변호사 한 명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게 만듭니다.

악당들보다 더 센 악당이 누가 있을까요?
작가는 한국 드라마 역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 인물을 주인공으로 만듭니다.
그것도 송중기를 말이죠!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조각 미남 군인으로 출연했던 송중기였는데,
마피아까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습니다.
어디서 이런 소재를 생각했는지 작가가 상상력이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이 드라마에서 악당으로 나오고 있는 그룹이 있죠?
이름이 “바벨 그룹”입니다.
세상에 어느 그룹이 이름을 “바벨”이라고 지을까요?
그냥 이름부터가
“우리 빌런이에요.”라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시작합니다.
바벨을 철저하게 변호하고 있는 법무법인 회사 이름도 “우상”입니다.
참 재밌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의 주인공 빈센조는 바벨 그룹보다 훨씬 더 악하니까요.

이런 막무가내 정의구현이 마음에 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정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에피소드 2화에서 홍유찬 변호사가 한 말이 있습니다.

“자기 죄를 애써 다 받는 사람이 있고,
죄란 죄는 다 짓고 뻔뻔하게 사는 인간들도 있고,
착하고 약한 사람들만 당하고 사는 겁니다.”

이 대사가 터무니없는 농담이어야 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서민들의 아픈 곳을 웃음으로, 과격한 방법으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비판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홍유찬 변호사랑 건물 입주자들 보면 막 답답하지 않으세요?
화는 엄청 잘 내고, 정의에 서겠다 말은 하지만
정작 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무능력한 변호사.
게다가 사람은 하나도 못 믿고 징징거리기만 하는 세입자들.
저도 보면서 너무 답답하고 짜증 나더라고요.
주인공 말 좀 듣지 다들 너무 고집불통이라서요.
매번 지는 변호사가 이번에도 나서면, 피해자는 또 다른 큰 상처를 받는 건데 왜 그런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화풀이 할 사람한테 화풀이를 안 하고 자신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에게 화풀이와 분노를 하는 사람들도 참 못 됐습니다.

정의감만 있고 능력은 없었던 홍유찬 변호사

그런데요,
우리가 무작정 이 사람들을 보면서 욕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게 또 현실과 밀접하기도 하니까요.
약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하고요,
약자 편에 선다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렇게 힘이 없습니다.
변호사 이름 적힌 명함 주면서 마치 약자 편에 서 주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패소’뿐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걸 보면서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해 현실을 고발하는 풍자 드라마라고 느꼈습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거울 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혹시 여러분에게도 이런 모습들이 있지 않나요?”라면서 말이죠.
사람 못 믿고, 도와주는 사람에게 오히려 불신을 주는 행동들 말입니다.

국민 영웅이자 깡패 김두환

그렇기 때문에 악한 방법으로라도 악당을 심판할 수 있는 강력한 영웅이 필요합니다.
이 패배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말이죠.
빈센조를 보면 마치 한국에 실존했던 인물 김두환을 연상케 합니다.
김두환은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에 대항해 한국의 자존심을 살려주었던 깡패였는데요. 일본에게는 한낱 골치 아픈 나쁜 건달이지만 한국에게는 한 마디로 영웅이었습니다.
빈센조는 정의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악당들에게 공포를 줄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아주 사이다 같습니다.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한 보복의 논리를
빈센조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정의가 사라진 이 시대에 에스프레소 같은 존재입니다.
쌉싸름하지만 달콤한 에스프레소처럼 시청자들에게 달콤한 하루를 선물합니다.

통쾌함을 주는 드라마,
드라마 “빈센조”입니다.

2. 판타지 드라마 빈센조

이 드라마는 애초에 현실감 있게 만들려고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에피소드 1화부터 아예 그런 기대를 놓게 만듭니다.
마피아가 동양인이라는 설정과
한국에 와서 악과 맞서 싸운다는 스토리 자체가 현실성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통쾌함을 주고 있습니다.
기상천외한 건물 세입자들을 보여주는데 하나 같이 다 특이하고 이상합니다.
귀신 같이 머리를 헤치고 피아노를 치는 피아노 학원 선생부터
꿈에 나올 것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절 스님까지
“우리 드라마 현실성 그런 거 없어요~그냥 마음 놓고 재밌게 보세요~”
라고 말하듯 오바의 오바를 더해 팝콘 드라마의 정체성을 처음부터 제대로 보여줍니다.
따라서 현실에 치이고,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머리를 비우고, 좀 웃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통쾌하고 유쾌합니다.

영화 [대부]에 나온 마피아 변호사역을 맡은 로버트 듀발

대부의 오마주도 많이 보이죠?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 변호사 출신답게
이탈리아에 관한 에피소드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는 걸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탈리아인들처럼 빈센조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고 에스프레소만 마십니다.
상가 건물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는 것도 재미 중 하나입니다.

송중기 배우의 이탈리아어 어떠셨어요?
송중기 배우는 일찍이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도 수준급의 영어를 보여줬는데요.
이번엔 이탈리아어까지 열심히 연습했다고 합니다.
비록 원어민처럼 발음이 정확하진 않지만 확실히 대사 전달은 된 것으로 보이죠?

풍부한 상상력으로
판타지를 처음부터 제대로 보여준 드라마입니다.

3. 많이 아쉽다.


첫 번째로, PPL이 많아도 너무 많네요.
PPL 아시죠? 간접 광고.
PPL이 하나 두 개 정도 있다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뭐 에피소드마다 광고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 많았던 정체불명의 비빔밥 광고

5분에 한 번씩 광고가 나오니까 극의 흐름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품에 대한 거부감까지 들겠더라고요.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모르긴 몰라도 PPL 담당자도 아주 힘들었을 거예요.
자연스럽게 스토리 속에 넣으려고 엄청 노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게 한 두개가 아니었기 때문에 티가 안 날래야 안 날수가 없습니다.
분명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PPL이 많았습니다.
아무리 블록버스터 드라마라고는 해도 이건 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산만했던 빌런들

두 번째로,
빌런이 너무 많습니다.
추리 소설의 바이블이라고 여겨지는 셜록홈즈를 보시면 에피소드마다 많아봤자 딱 한 명의 빌런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센 보스는 모리아티 교수죠.
셜록과 모리아티 교수의 일대일 구도가 독자에게는 가장 보기 편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빈센조와 홍차영 대 장준우 회장과 최명희 변호사
2대2 구도죠.
그런데 이게 계속 2대2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각자 개인플레이를 막 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결 구도가 계속 바뀌어서 시청자에겐 계속 피로감으로 다가옵니다.
홍차영 변호사야 계속 빈센조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실질적으로는 1대 2 싸움이 되는 건데, 악당 2명이 따로 놉니다.
악당들도 서로 힘을 합쳐서 조직적으로 대항해야 하는데
그 둘 사이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지라
빈센조에게 제대로 된 한 방을 날리지 못하고 계속 당하기만 합니다.
물론 빈센조가 이기는 것이 시청자가 바라는 것이지만
이야기 과정 속에서는 긴장감을 유발해야 합니다.
모리아티 교수 같은, 조커 같은 강력한 빌런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런 빌런이 없다 보니
빈센조도 계속 100% 힘을 발휘하지 않아 보입니다.

세 번째로,
베일에 싸였던 진짜 빌런 보스가 4화에 등장했을 때는 의외로 반전이었는데요.
다만 이 보스 장준우 변호사가 인턴 변호사로 잠입했다는 설정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왜 자신의 존재를 저렇게까지 숨기면서 인턴 변호사로 들어갔을까요?
온 나라를 주무르는 카르텔 기업 바벨의 진짜 회장인데 인턴 변호사해서 얼마나 기업이 잘 돌아갈까요?
운 좋게도, 홍차영이 바벨을 노리는 위협이 되었기 망정이지, 심지어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는 홍차영은 누구보다 바벨을 위해 잘 변호하고 있었고, 이탈리아 변호사 빈센조가 오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장준우 변호사가 그렇게 된 사연에 대해 드라마가 설명이라도 잘 해줘야 하는데요. 중견기업 회장인 사람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왜 인턴 변호사로 갔는지 드라마는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그냥 신처럼 재밌게 놀려고 그랬다는 설명 가지고는 인턴 변호사를 했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만약 제가 빌런이었다면 로펌에 인턴으로 굳이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홍차영 변호사가 맡은 그룹 소송 건들을 모두 자기가 신뢰하는 변호사에게 주면 그만입니다. 굳이 인턴으로 들어가서 홍차영을 직접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인턴은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죠.
이런 점들이 옥에 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임에도 결정적 한방이 없었던 아쉬운 캐릭터 홍차영 변호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릭터 밸런스 붕괴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와 진짜 홍차영 변호사, 변호사 맞나요?
신입 변호사인 우영우도 저렇게는 안 할 것 같아요.
빈센조를 강하게 그리기 위해서 콤비를 이루어야 하는
홍유찬 변호사, 홍차영 변호사를 이렇게까지 멍청하고 무능하게 그려야만 했나요?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 기억하세요?
거기서도 백승수 단장 말고는 어느 누구도 힘을 내지 못했었어요.
가장 가까웠던 이세영 운영팀장도요.
그냥 옆에서 놀라기만 하는 옵저버, 즉 관찰자 역할 뿐이었습니다.
이번 드라마 “빈센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로지 빈센조뿐이었고,
홍유찬 변호사와 홍차영 변호사는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그나마 간간히 건물 세입자 조연들의 활약상이 보여서 의외성을 만들어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의 주인공 홍 변호사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옆에서 응원만 하고, 연애 감정만 일으키고 끝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영화에서처럼 주인공들이 아주 멋있게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서 합을 맞추는 건 기대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어느 한 캐릭터가 없으면 허전하고 빈자리가 느껴져야 하는데 전혀 그것이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홍차영 변호사는 분노한 것밖에 없었으니까요.
역할 분배를 좀 더 세심하게 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재미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던 드라마
드라마 “빈센조”입니다.

요약: 억지스럽고, 광고 많지만 송중기 하나만으로 볼 가치는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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