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내던져진 존재다" - 하이데거
그렇다. 우리는 모두 강제적으로 삶이라는 세상속으로 던져졌다.
어느 누구도 선택해서 탄생하지 않았다.
자유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 우리는 실존한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피투의 존재 인간을 너무도 잘 그려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더 그레이]의 줄거리는 너무 간단하다.
비행기에 불시착한 사람들이 한명씩 한명씩 죽어나간 영화.
하지만 이 줄거리 이면에 깔린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은 정말 깊고 진하다.
주인공이 어렸을 적부터 집에 걸려있는 한 편의 시를 읊는다.
Once more into the fray,
In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and die on this day,
Live and die on this day.
제목도 없고, 다짜고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의 시 한편이다.
하지만 이 시는 우리내 사는 세상과 너무도 닮아있다.
제목없이 그대로 내던져진 우리 인생.
그리고 그 인생가운데에서 항상 싸워나가야만 한다.
중간에 "존"처럼 쉬려고 하면 안된다. "늑대"가 항상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이다.
언제나 싸울 준비를 해야한다.
이 시 보다 우리 인생을 잘 표현한 시가 있을까?
결국 영화는 마지막까지 가치있는 싸움을 하도록 주인공을 사지로 내몬다.
그리고 그 싸움 앞에는 먼저 싸움을 끝낸 동료들의 지갑이 놓여있다.
이 영화를 보고 군대생각 많이 났다.
모닥불 주변에서 농담까먹는 모습을 보면서
옛날 혹한기 때 분대 애들끼리 모여서 농담까먹었던게 그렇게 생각나더라.
군번줄과도 같았던 지갑들을 보면서 과연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P.S.: 엔딩크레딧이 다 오르고 나서 꼭 마지막 장면을 보시라 추천한다!!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성하는 용기 [작전명 발키리] (0) | 2019.03.17 |
---|---|
넷플릭스가 무료인 이유 [트리플 프론티어] (1) | 2019.03.16 |
천만관객 영화는 복불복이다[극한직업] (0) | 2019.03.03 |
알라도 예수도 구하지 못한 소년; 영화<가버나움> (0) | 2019.02.17 |
영화인들에게 바치는 병맛코미디감동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0) | 2019.0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