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변검]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인연의 선물인가.
깊고 진한 자스민 차를 마신 듯 가슴을 씻겨주는 영화를 만났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복잡하다.
불의를 겪기도 하고, 정의를 보답받기도 한다.
따뜻한 감동도 있지만, 주체할 수 없는 분노도 생긴다.
선의로 행한 것이 악한 결과로 나올 때도 있고,
순간의 거짓이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
영화는 변면왕을 통해 이런 복잡한 인생을 그린다.
"변검"이란, 중국 전통 가면극으로서 신기하게도 눈 깜짝할 새 가면이 변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자식이 없어 변검을 물려줄 이가 없는 변면왕.
경극을 하고 있는 양대가의 조언에 따라 변검 기술을 제자에게 물려주려 한다.
변검은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기술이기에 사내아이를 입양해서 가르치려고 계획한다.
그러나 사내인 줄 알고 데려온 아이는 여자아이였고, 쫓아내고 싶었으나 이미 한 배를 탄 운명이 되어버렸다.
과연 그녀는 변검을 배울 수 있을까?
출처: 영화[변검]
이 영화 기저에 깔려있는 불교는 '인간사 새옹지마' 라는 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주인공 변면왕은 철부지 손녀 '구와(강아지)' 때문에 감옥에 끌려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남의 죄까지 뒤집어 써서 5일 뒤면 사형을 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변면왕은 '구와'에게 화내지 않는다. "내가 전생에 분명히 너의 대를 끊어 놔서 이생에서 너에게 이렇게 빚을 갚는 것일 게야"라고 말하며 체념하듯 눈물을 흘린다.
변면왕은 '인연'을 말한다.
우리가 지금 만난 사람 중에 우연히 만난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이 자기를 억울한 일에 처하게 만들었거나, 은혜를 베풀었거나 모든 만남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인과적이다.
현세에서는 그런 만남들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전생에 이미 모종의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니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이렇듯 불교는 '인연'을 말하면서 사람들을 위로한다.
어떤 기가 막힌 상황이 올지라도 다 순리 안에 있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끝나는 시간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예술적으로나 철학적으로나 재미적으로나 모두 뛰어나다.
'변면왕'역으로 나온 주욱과 '구와(강아지)'역을 맡은 주임영 둘 모두 그 자체를 보여주었다.
그들의 삶이 곧 "변검"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플롯 또한 대단하다. 거기다 연출과 연기력까지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나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은 정말 찬탄스럽다.
세상의 이치를 담은 명대사들이 줄줄이 나온다.
찻잔은 비록 작으나 새지 않는다.
얕은 물에서 노는 용은 새우들에게 놀림을 당하네
평야에 떨어진 호랑이는 개한테 놀림을 당하네
(변검) 비결을 팔아서 받은 돈은 언젠가는 다 없어지는 법이오.
허나 비결을 간직한다면 세상 어디를 가도 구걸은 안 하오.
바지에 진흙이 묻으면 똥이 아니라도 똥이 돼. 분간이 안되니까
이 아이가 목숨을 버리는 걸 눈으로 직접 보고도 아무렇지 않소?
그냥 팔짱만 끼고 계시오?
당신의 심장은 철로 만들어졌소이까?
한 방울의 은혜로 샘물 같은 보답을 받는군요.
'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톡홀름 신드롬 + 성장 영화 [레이버 데이] (0) | 2020.01.06 |
---|---|
곱게 늙으셨네요 [밤에 우리 영혼은] (0) | 2020.01.06 |
변호사란 이래야 한다 [마셜] (0) | 2020.01.06 |
핑크팬더? 블랙 팬서!! (0) | 2020.01.06 |
의도는 좋지만... [핵소 고지] (0) | 2020.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