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스톡홀름 신드롬 + 성장 영화 [레이버 데이]

거니gunny 2020. 1. 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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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레이버 데이]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기묘한 스톡홀름 신드롬*에 성장영화를 더 했다.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공포심으로 인해 극한 상황을 유발한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현상.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 사건에서 유래. 네이버 지식백과)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로 인해 세상 밖을 나가지 못하는 엄마,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는 아들 헨리.

어느 날 우연히 마트에서 탈옥수 프랭크를 만나면서 모자의 인생은 바뀌게 된다. 집까지 납치(?) 당한 모자는 의도치 않게 프랭크와 하루하루를 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 아델에겐 사랑하는 남자로, 아들 헨리에겐 경쟁해야 할 나쁜 남자로.

그들의 복잡 미묘한 동거 생활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치닫게 된다.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스톡홀름 신드롬. 만약 내가 인질로 잡힌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감정을 잘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두 모자에겐 남편이자 아빠가 필요했다.

출처: 영화[레이버 데이]

 

  영화는 인질범과 인질이라는 자칫 뻔한 공식에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외로운 모자 가족과 그 안에 끼어든 한 남자라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춘다. 엄마를 돌보는 헨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을 새도 없이 엄마 옆을 혼자 지켜야 했다. 아들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남편의 역할까지도 한다. 집안에 아버지가 없기에 그는 그 행동들이 모두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청객의 등장으로 인해 헨리는 진작에 가졌어야 할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존재하는 복잡한 감정들을 느끼기 시작한다. 미국 부자지간이 늘 그러하듯 캐치볼을 할 때는 아버지와 아들의 훈훈한 모습이 그려진다. 반면에 밤이 되어 엄마 옆에 그 남자가 누워있다는 생각에 헨리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성장영화라는 것에 무게가 더 쏠린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성에 눈을 뜨는 동시에 새로운 남자를 맞닥뜨려야하는 소년은 어떻게 할지 고민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남성이 부친을 증오하고 모친에 대해서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 네이버 지식백과)

 

 

출처: 영화[레이버 데이]

 

  영화 종반부 탈옥수 프랭크가 경찰에 포위를 당하고 잡히게 될 때 그들의 이별은 가슴 아픈 현실과도 같았다. 사이렌 소리가 너무 야속하게 들렸고, 아델도 또 다른 감옥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들의 사연을 우리는 알기에 슬픈 순간일 수밖에 없다. 엄마와 아들은 또다시 5일간의 꿈에서 깨어 지옥 같은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재밌는 것은 영화는 끝날 때까지 정확히 누가 탈옥수 프랭크를 신고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헨리의 아버지 일수도 있고, 그릇을 가지러 온 옆집 이웃일 수도 있다.

만약 영화가 여기서 끝났다면 누가 신고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25년이란 세월을 꼬박 기다리면서까지 그들의 재회까지 담아내고서야 끝을 맺었다.

그리고 25년이라는 기다림 끝에 만난 그들 눈에는 평안함과 행복이 가득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들이 캐나다로 탈출에 성공했다면 이처럼 행복했을까 싶다. 쫓기는 삶이 기다리는 삶으로 감내한 것이 훨씬 큰 행복으로 찾아온 것만은 확실하다.

 

케이트 윈슬렛은 믿고 보는 배우다. 영화도 참 잘 고르는 것 같다. 항상 영화에 딱 맞는 드레스를 갈아입고 나온다. 한없이 여리고 부서질 것만 같은 팜므프라질 캐릭터를 그녀만의 방식으로 잘 보여주었다. 특히, 파이를 반죽으로 덮어야 할 때 떨고 있는 모습, 그것을 마침내 성공했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환희에 찬 모습은 그녀의 탁월한 연기를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조쉬 브롤린 같은 남자가 되고 싶다. 비록 영화 속 캐릭터이긴 하지만 강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늘 신사적인 그런 조쉬 브롤린 같은 남자가 되고 싶다.

아들 헨리 역을 맡은 게틀린 그리피스야말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헨리가 엄마와 프랭크를 바라볼 때 카메라는 대부분 헨리의 얼굴을 단독샷으로 줌인 해서 촬영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당최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그가 행복한 건지 불쾌해 하는 건지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게 된다. 그래서 영화를 더욱 가슴 졸이며 볼 수 있다.

잠깐 나온 J.K. 시몬스... 충격적인 모습이다. (영화 [위플래쉬]의 플렛처 맞아?)

 

장장 25년 동안 인내하며 기다린 그들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아들 헨리에게도 잘 커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

 

P.S.:복숭아 파이 나도 좋아하는데요.. 만들어 보고 싶다.


 

아델: 난 당신에게 가족을 줄 수 없어요.

프랭크: 이미 줬잖아요.

 

사람을 속이는데 진실만 한 것이 없단다.

 

아마도 네 엄마는 지금쯤 재혼을 했겠지.

하지만 만에 하나 아직 혼자라면 편지를 써도 될지 네가 물어봐 줬으면 좋겠구나. 약속하는데 아델에게 슬픔을 주느니 차라리 내 손을 자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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