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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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감정의 소용돌이가 강렬한 색과 함께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그야말로 대서사시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원초적 감정, 즉 사랑과 복수, 배신과 의리, 좌절과 용기를 소녀와의 이야기에 담아냈다.
[오디세이아]와 [율리시스]
이 영화를 보고 바로 떠오른 이야기는 단연 『오디세이아』와 『율리시스』다.
호메로스가 쓴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은 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직간접적으로 감상했을 고전명작이다. 2000년 전 작품이지만 웅장한 스케일과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뛰어난 문학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오디세이아』가 나오고서 약 2000년이 지난 후 또 다른 명작이 탄생하는데, 바로 제임스 조이스가 쓴 작품 『율리시스』이다.
그는 장장 10년이라는 『오디세이아』의 어마어마한 스토리를 “단 하루”라는 시간으로 설정하면서 복잡 미묘하게 담아낸다.
이로써 제임스는 수 천 년의 세월이 흘러간 작품이라도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영화[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이야기꾼 로이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호메로스와 제임스 조이스 사이의 관계를 착안한 듯 보인다.
전혀 무관할 것 같은 로이의 허무맹랑한 동화 이야기는 영화 종반부로 갈수록 현실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그렇게 울고 불며 주인공을 살려내라고 절규한 이유는 서사시 속 주인공의 운명이 로이와 연결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오디어스 대서사시]와 소녀 알렉산드리아가 사는 LA는 시간, 공간이 다르지만 시공을 뛰어넘는 공통된 감정을 공유한다.
고대와 현대를 잇는 다리는 다름 아닌 “이야기”이다. 시간이 흐르고 장소도 변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이 두 세계의 이야기를 교차편집으로 함께 지켜보면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다 할지라도 사랑의 감정은 변하지 않는다. 질투, 배신, 좌절, 용기는 여전히 우리 삶에서 인간을 들었다 놨다 한다.
우리가 아직도 고전을 보는 이유가 있다고 영화가 말하는 듯 하다.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가 아직도 소설 속에서 해피엔딩을 바라는 이유가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출처: 영화[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영화는 시각효과와 영상미에 있어서 그야말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름다우면서도 치명적인 원초적인 색들을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내내 발산한다.
물에서 솟아오르는 한 남자의 모습은 마치 케빈 클라인의 광고를 보는 듯했다.
알렉산더 대왕의 비장함을 보여주기 위해 숨 막히는 광활한 사막씬을 보여준 것도 정말 인상적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오디어스 대서사시에는 그야말로 영상미가 종횡무진 전 세계 방방곡곡을 달린다.
사하라사막, 타지마할, 피라미드, 만리장성 등등 인류가 남긴 아름다운 유산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로이의 이야기는 현기증이 날 만큼 어지럽고 아름다웠다.
소녀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는 연기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최고의 아역배우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모습이 없잖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관객들에게 뻔뻔하게 눈물 연기를 펼친다.
실연을 연기한 로이(리 페이스) 또한 아역배우와 호흡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잘 연기해주었다.
고전문학을 UHD TV로 보는 맛은 이 영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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