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생긴 건 마치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좀도둑 해리 같았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내 마음을 훔쳐 갔다.
어떤 캐릭터로도 비교할 수 없는 "다니엘 블레이크"만의 인간미가 나로하여금 보는 내내 따뜻하고 먹먹하게 만들었다.
출처: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
처음엔 영화 [오베라는 남자]랑 비슷한 스토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오베는 신파가 있는 영화였다면, 이번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훨씬 사실적인 다큐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슴속에 와닿았다.
다큐 같은 영화, '모큐멘터리'는 영국이 참 잘 만드는 것 같다.
출처: 영화[에브리데이] 포스터
예전에도 한번 2013년 개봉한 [에브리데이]라는 영국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그때도 영화를 봤을 때 정말 가슴 따뜻한 다큐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남편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현실적인 위기 속에서 가족애가 어떻게 빛나는지를 볼 수 있는 영화였다.)
하지만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전혀 다른 느낌의 다큐영화다.
보는 내내 가슴이 아리고, 분노하고, 절망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묻게했다.
출처: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순간은 역시나 식료품 지원소 장면이다.
(아마 영화를 보는 관객들 대부분 동의하지 않을까)
케이티의 행동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랬을까.
얼마나 배고팠으면 저랬을까.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몰라 바라만 보고 있는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다시 흘깃 쳐다보는 엄마의 눈빛까지....
아이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텐데...
쓰러지지 않고, 당당하게 부모로서 아이들앞에 서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더 가슴 아팠던 장면은 맨 마지막에 나왔다.
취업센터 담벼락에 검은색 락카를 칠하는 장면은 일종의 "복수"장면이다.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쳤던 다니엘은 철저하게 정부와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그나마 다니엘에게 있어 심적으로 위로를 받았던, 동병상련을 느꼈던 케이티에게서도 큰 상처를 받는다.
(물론 그 여자의 선택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런 그가 정부를 상대로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출처: 영화[나, 다니엘 블레이크]
그런데 그가 사회에 복수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동사무소 담벼락에 락카를 칠하는 것뿐이었다.
그나마 5분도 안되는 시간만이 그가 복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시간이었다.
보조금을 신청하는 것은 5일도 넘게 걸리지만,
경찰에 붙잡혀가는 것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
다니엘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 경찰과 정부는
항상 당당하고 정직하게 살았던 다니엘에게 엄청난 무력감을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이 장면이 나에겐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
영화 종반에, 다니엘이 정말 항소에서 이기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그 소망은 바로 절망으로 이어졌고, 다니엘에 대한 안타까움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지속되었다.
다니엘에게 감사한 생각도 든다.
오히라 미쓰요의 자서전인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 제목이 너무 와닿았다.
마치 다니엘이 나에게 여전히 삶은 힘들지만 최악은 아니라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등을 두들겨 주는 것 같았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보자.
아직은 최악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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