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예전 김진명 씨가 쓴 [제3의 시나리오]를 보려 했지만 너무 어려서 읽는 걸 실패한 기억이 있다.
"김진명 소설은 어려워"라는 인상이 머리 속에 남아 한동안 그의 소설은 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하게 김진명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언론매체에 등장하더니만, 최근에는 이 사람이 작두를 탔는지 쓰는 책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세를 귀신같이 맞춰내는 것 아닌가!
소설인지 현실 이야기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만큼 작가가 현대 역사와 세계정세를 통찰력 있게 꿰뚫어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작가가 건드리는 소재들은 죄다 한국 정치의 아킬레스건인 문제들이다.
그래서 이제는 이 작가가 얘기하는 것을 듣고 싶었다.
과연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허구 세계이지만 엿보면서 배우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미중 전쟁” 책을 보면서 막연하게 뉴스로만 접했던 세계정세를 다른 차원으로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팩트와 작가의 상상을 구분해야겠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팩트들을 보며 뉴스를 이전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매일 쏟아지는 정치 뉴스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이런 작은 기사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를 보는 눈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그 눈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김진명 씨의 '팩션'에 다들 열광할까?
김진명 작가는 단순히 팩트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가 막힌 플롯으로 양념을 버무릴줄 아는 작가인듯 하다. (스토리와 플롯의 차이: 영국의 소설가이자 이론가인 E.M. 포스터(E.M. Forster)는 「소설의 양상」이라는 책을 통해 소설에서 사건을 서술하는 방법을 스토리(story)와 플롯(plot)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단순히 시간 순으로 나열한 것을 "스토리"라고 한다면 그것에 인과관계에 집중하는 것을 "플롯"이라 말할 수 있겠다. #네이버)
그도 인터뷰에서 고백했듯이, 자신은 문학적으로 화려한 문체를 지어내는 것에 초점을 두진 않는다고 한다.
대신 철저한 현실세계의 팩트를 바탕으로 무겁고도 중요한 세계정세를 자신만의 조립으로 플롯을 짜내어간다.
(또 그런 조립이 심심치 않게 맞아들어가기도 한다.)
이 소설을 진지하게 비판하고 있는 서평을 보았다
지나치게 음모론이 들어간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독자가 약간은 혼란할 수 있다. 이 책은 팩트와 소설의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음모론에서 매번 등장하는 헨리 키신저, 로스차일드, 록펠러 같은 단어들이 언급되니 “이거 또 음모론이구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음모론 가운데서도 우리가 정황을 볼 때 얘기가 맞는다면 귀 기울일 필요는 있다 아예 다 싸잡아서 거짓이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현재 정세는 상식 밖이다.
특히, 헨리 키신저는 90세가 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뉴스에 나오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키신저의 ‘미중 빅딜론’이 미 국무 장관 틸러슨의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과 차이가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둘 모두 북한 전쟁을 염두에 두고 한 계획이다.
이젠 정말 전쟁이 그 어느 때보다 임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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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긴 했으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여기 나오는 인철이나 최이지 같은 가상인물들이 너~무 천재다.. 뭐 심심하면 박사학위 따고 바로 다른 과로 전과해서 취직하고, 대단한 천재들이다. 그런데 거기다가 욕심은 너~무 없고 오로지 이 세상이 평화롭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뭐, 이 스케일 정도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려면 이 정도쯤 되는 슈퍼맨은 눈감아줘야 하는건지 ..?
뉴스를 봐도 그런가보다 싶고,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관심사가 대체 무엇이고, 북한의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이들은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 들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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