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청년 신앙인 필독서 2[교회가 꼭 대답해야 할 윤리문제들]

거니gunny 2020. 1. 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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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책[교회가 꼭 대답해야 할 윤리 문제들]

 

★스포일러 내용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일전에 읽었던 [시대의 분별과 윤리적 선택]의 전작(前作)이다. (해당 리뷰 참고) 

https://geonni.tistory.com/244

 

이 책 역시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가까운 윤리 문제들을 성경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제시한다.

신원하 교수는 교리적으로 최대한 중립적인 위치에서 쓰려고 노력했다. 물론 자신의 위치에 입각해 주장을 펼치기도 하지만 다른 입장들도 다수 소개하니 어떤 교단 성도라도 도움이 된다. 

 

몇몇 주제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다.

“이건 당연히 그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이혼이나 재혼 문제가 나에겐 그런 경우였다.

어렸을 때 마치 1+1=2 만큼 선명하고 쉬운 문제 같았는데, 이 책을 읽고선 양자역학만큼이나 어렵게 다가온달까?

그러나 대부분은 충돌했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의견차가 있었다.

@ 인공수정에 대해서는 "일반적 은총"이라고 하며 관대한 태도를 보인 만면,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는 "인간이 하나님의 선물을 권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똑같은 조작(Manipulation)인데 어느 쪽은 일반적 은총이고, 어느 쪽은 하나님의 주권을 넘보는 개념이라는 게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 특히, "능동적 안락사"(극심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직접적으로 죽이는 행위)를 옹호하는 두 번째 주장은 논리가 한 쪽으로 너무 치우친 어처구니없는 답변 같다.

“기독교 신학은 인간이 당하는 고통을 평면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고통은 때로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에게 은혜를 주시는 신비한 방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p.112)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이 심한 환자에겐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면서 왜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굳이 약을 먹으며, 피가 났을 때 붕대를 감나?

자연히 치료되게 놔두면 되고, 설령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그냥 그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면 되지 않은가?

그럼 진통제를 먹는 행위는 성경에 반하는 행위인가? 우리는 두통이 오거나 몸살이 심해지면 진통제나 해열제를 먹는다. 이 또한 성경에 반하는 행위인가?

이런 부분들이 잘 납득이 되질 않는 부분이었다.

@ 자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결국 자살은 당사자 책임이라는 얘긴데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저자가 소개했던 에밀 뒤르켐도 언급했듯이 자살은 개인의 의지박약 이전에 사회적인 압밖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다.

무조건 자살한 사람 책임으로 돌리면 사회는 변화되지 않는다.

서울대 못 가서 자살한 사람이 애초에 '서울대를 가야 한다'라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는가?

주변 사람들은 다 서울대 갔는데 자기만 못 갔을 때의 암묵적인 압박과 시선. 이건 주변 사람들의 책임도 있다.

모든 것은 복합적인 원인이 있는데 어느 한 가지만 크게 볼 수는 없다.

법률용어로 "미필적 고의"라는 것이 있다.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어떤 범죄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인식(예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인용한 심리상태. 두산백과 “미필적 고의”참조

심지어 자살 챕터를 읽는 동안, 이 책의 내용이 연약한 사람을 벼랑 끝으로 모는 것 같다는 느낌이 받았다. 사명을 소홀히 한다느니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한다느니 무책임하다느니..

@ 베드로 전후 서에 나타난 권세자 앞에 복종하라는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린다.

그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폭정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그것을 인정하였다.

로마의 통치가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며 평등하다고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디트리히 본회퍼가 옳은 것인지 베드로가 옳은 것인지 아직 모르겠다.

@이전에 읽었던 책과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교회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혼전성의 경우가 그러한데, 교회에서 혼전성의 경험이 있는 교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리고 교회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도 언급을 해 주었으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없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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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민감한 윤리적 문제들을 16가지나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200페이지도 안되는 작은 책에 다 설명을 하자니 저자 또한 쉽지 않은 작업을 했으리라.

그만큼 이 작업은 아주 의미가 있어 보인다.

16권짜리 내용을 한 권으로 줄였기 때문에 읽는 독자들도 지치지 않고, 하나씩 생각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작점이다. 이 책 하나로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는 어리석은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 몰랑~"이러지 말고, 하나씩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입장을 세우는 게 참 신자로서는 중요해 보인다.

물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참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느낀다. 모든 신자들이 박사학위를 딴 것도 아닌데, 게다가 성경을 배우면 배울수록 오히려 더 안갯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인데 어찌 쉬운 길이라 할 수 있겠는가?

분명 주님이 우리의 치열한 고뇌를 기억해 주실 것이다. 우리의 노력 가운데 지혜를 주실 것이고, 결국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비춰주실 것이다.(롬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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