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한 다르덴의 대표 영화 [아들]을 보았다.
@@@스포 주의!!@!@@
다르덴 형제 영화는 항상 생각하게 만든다.
(오늘도 제대로 잠 자긴 글렀다;;;;)
그 흔한 OST 하나 없이도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다.
(오히려 목공소에서 나오는 전기톱 소리가 배경음악 역할을 대신한다.)
이번 영화는 다른 면에서 엄청나다.
다르덴 형제 영화 가운데 이렇게 스릴 있는(?) 영화는 처음이다.
처음엔 멀뚱멀뚱 지루하게 보다가 중반에 이르러
전처의 말 한마디에 영화는 급반전 하게된다.
앞서 보았던 주인공의 떨리는 눈빛은 내가 기대했던 방향과 180도 다르게 흘러갔다.
그래서 식당에서 칼을 만지작 거렸구나...
그래서 그렇게 안절부절했구나...
앞서 했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갔다.
아이가 잠이 들었을 때 그는 얼마나 갈등했을까.
순간순간 얼마나 마음이 불일 듯 일어났을까.
하지만 영화는 끝내 근원적인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
왜 그 아이를 맡겠다고 했을까?
"아마도 11살 때쯤... "
자기 아들을 죽인 소년의 말이다.
"아마도"라니... 아이를 죽인 사람이 할 소린가??
많은 사람들이 "아이가 워낙에 어려서 그런 거다" 소년 편에 서서 변명을 해준다.
하지만 그건 피해자의 착각이다.
원래 가해자는 자기 잘못을 잘 모른다.
성인이냐 미성년이냐를 떠나서 원래 가해자는 자기 잘못을 모른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가해자가 자신에게 저지른 나쁜 짓을 혼자서 뉘우치며 살 거라 착각한다.
가해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나마 뉘우치는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유감"정도?
죽을 만큼 뉘우친다는 생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던 이유는
주인공의 행동이 도저히 인간의 본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다르덴 형제 영화에서 재미없는 부분들은 많았어도, 난해하다거나 이해 못할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내내 풀리지 않은 주인공의 행동으로 불편 불편했다.
마치 영화 [사울의 아들]처럼 미친 사람 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어떤 댓글은 "결코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 지려버렸다."라고 극찬을 했지만,
글쎄...
오히려 전처 마갈리의 반응이 훨씬 인간적이고 솔직하다.
뭐... 그 아이의 진심을 듣고 싶어서 잘해줬다면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왜 내 아들을 죽였는지....
그 아이와 가장 가까울 때, 그 아이가 마음을 모두 열었을 때 말하는 진심을 듣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소년에게 들려오는 대답이라고는 "5년이나 썩어서 후회한다." 정도가 고작이다.
다르덴 형제 영화 중에서 가장 보기 불편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차라리 역겹더라도 [친절한 금자씨]가 훨씬 더 내 취향에 맞다.
P.S.: 신기한 것이 아이가 잠을 자려고 차 뒷좌석을 갔을 때 카메라 이동을 어떻게 한 거지??
엄청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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