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마블했던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사골국물과 스파이더맨의 공통점은?
정말 뼈가 녹아 으스러질 때가지 우려내고 또 우려낸다.
그런데 둘 모두 여전히 대중들에게 사랑받는다.
스파이더맨은 이제 정말 지겹다.
매번 거미에 물리고, 몸의 변화를 느껴 당황하고,
스파이더맨 주위의 소중한 누군가가 다치거나 죽고,
그리고 각성한다.
실사 영화만 벌써 3번이나 대 수술을 감행했다.
이런 사골국물같은, 식상하디 식상한 스파이더맨을 과연 어떻게 요리했을까?
제목부터 다른 스파이더맨과는 다른 작품임을 천명하면서까지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 영화제목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이지만 원제목은 다르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즉,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세계 속으로"인데
영화 내용상 두 제목 모두 썩 좋은 작명은 아닌 것 같다.)
우선, 결과부터 말하자면,
"마블은 이런 애니도 해내는 구나"
1. 마블은 실사 영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과감히 옛 감성이 묻어난 "레트로(retro) 스토리"를 선사했다.
마블 유니버스에는 익숙하지만 코믹스에는 익숙하지 않을 세대들에게 1960년 대 초대 스파이더맨까지 언급하며 코믹스 스파이더맨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2018년 최신 스파이더맨이지만 핵심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했다.
'10대의 좌충우돌 스토리, 가족간의 사랑, 가슴 아픈 이별, 주인공의 각성'
특히, 2002년 21세기 최초 스파이더맨 실사영화로 알려진 스파이더맨1의 이야기를 많이 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그린 고블린과 닥터 오토퍼스는 코믹스와 이전 실사 영화를 보는 이들에겐 꽤나 "친숙한" 빌런들이다.
마블은 이런 빌런들을 그대로 애니메이션 안에 집어 넣었고, 비록 그 비중이 예전만 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향수를 일으키도록 도와주었다.
이렇듯 과거 있었던 스파이더맨의 핵심 캐릭터와 이야기를 잘 녹아냄으로써
젊은 세대에게 "레트로"의 향기를 잘 선사해 주었다.
2.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마블은 그림체를 최대한 "코믹스" 스럽게 만들어 냈다.
보는 화면은 영화지만 2D만의 감성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픽사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꼭 한번 시청하길 바란다.
맨날 디즈니 그림체만 보다가 이런 그림체보니까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다.
특히나 코믹스 특유의 말풍선을 살려내는게 정말 재미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1. 과거 스파이더맨의 여러 캐릭터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좋았으나 새로운 캐릭터들까지 너무 많이 등장시키다보니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DC에서 저스티스 리그가 왜 망했는지를 마블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면 그만큼 다루어야할 부분도 많아진다.
많은 떡밥을 뿌리는 것까지는 뭐라 안한다.
하지만 그 떡밥을 잘 회수하는 것은 온전히 뿌린 사람의 몫이고 책임이다.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다보니 어느새 피로감이 쌓인다.
게다가 각자의 개성을 살린 연출도 보여주지 못했다.
2. 메리 제인은 아무리봐도 내 스타일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자는 아니지만 여러모로 영화의 집중도를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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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는 몰랐는데 다 보고나서 성우를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챙모자를 쓴 "누와르" 스파이더맨 목소리는 어딘가 낯이 익길래 가장 먼저 알아봤다. 처음엔 조쉬 브롤린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니콜라스 케이지 였다.;;;
그 외에도 그웬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헤일리 스테인펠드는 [더 브레이브]에서 정말 좋았는데, 이렇게 보니 참 반갑다.
쿠키영상은 총 2개다.
처음엔 스탠리를 추모하는 글귀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마지막 쿠키영상이 등장한다.
약간.....
"뜬금없다"...
그래도 뭐 마블답게 끝낸 것 같아 재밌었다.
이번 영화는 유독 많은 이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여러 시상식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마도 과거 스파이더맨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신구 캐릭터의 만남에는 의미가 있었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적잖은 피로감을 안겨준 영화였다.
선택과 집중이 조금 나았으리라 생각한다.
미국의 빛과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브루클린 시내를 이렇게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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