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BTS 세계관에 영향을 준 책들 가운데 하나.
BTS가 정말 대단한 게 뭐냐면, 마약과 우울증에 빠져있는 전 세계 십 대 청소년들이 BTS의 노래를 듣고, 자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노래 이상의 것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에 그들의 놀라움을 느낀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가?
BTS 멤버들이 참 잘생기긴 했지만 외모 때문에 호감이 가는 건 아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건 가사다.
실질적인 위로의 가사와 뮤비, 메시지를 보면 여느 아이돌과는 너~~~~~무도 다른 뭉클함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심오하면서도 따뜻한 메시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BTS와 빅힛(기획사)의 공적만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이 메시지를 쓸 수 있게 기반을 닦아준 여러 "영혼의 서적"들이 있다는 사실.
이제는 BTS 팬이 되려면 적어도 [데미안], [페르소나],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
그래서 "아미"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단다.
아이돌 때문에 독서를 한다니...!!
"매직샵"이라 불리는 [닥터 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는 그중에서도 백미에 꼽힌다.
실제로 이 책을 기반으로 "매직샵"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궁금했다.
과연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메시지는 무엇일까?
BTS는 아이돌이라는 1차원적인 문화콘텐츠를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다.
종교가 아닌 것으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Love yourself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1. 신경외과 교수답게 뇌에 대한 쉽고 친절한 설명이 담겨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이 책의 첫 챕터이자 가장 큰 하이라이트이다.
아빠는 알콜중독, 엄마는 우울증, 형은 비행청소년.
망가질 수밖에 없는 가정 속에서 자란 어린 소년을 살린 것은 다름 아닌 동네 마술가게.
그것도 마술을 하나도 모르는 아주머니 "루스"에게 인생의 비결을 배우게 된다.
P70
삶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수없이 많단다. 특히 어릴 때는 무언가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가 어렵지. 하지만 너는 이제 네 몸을 통제할 수 있고 네 마음을 조절할 수가 있어. 그게 대단하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강력한 것이란다 모든 걸 바꿀 수 있거든.
이 책의 묘미는 그다음 나온다.
단순히 아주머니의 그럴듯한 설명을 뛰어넘어 신경외과 교수인 저자의 뇌과학 설명이 이어진다.
실제로 심호흡을 할 때 우리 신체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을 과학적으로 알려주니 신빙성이 간다.
쿵푸팬더2에서 보면 "inner peace"를 외치며 무술의 경지에 오른 주인공을 볼 수 있다.
루스 아줌마가 말한 이 호흡법은 팬더가 터득한 inner peace의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혼란스러운 일,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심장 박동 수가 증가할 때 호흡을 가다듬고 온 몸의 긴장을 풀자.
내 몸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
P163
나도 나의 뇌 속에서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어내기 위해 시각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뇌는 강렬하게 상상한 경험과 진짜 경험을 구분하지 못한다. 나는 그저 의사가 된 나 자신을 시각적으로 그려 봄으로써 대학 아니 의대 지원하기도 훨씬 전에 의사가 되기 위해 내 머리를 훈련하고 있었다. 뇌가 지닌 또 하나의 불가사의는, 항상 내는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내 미래의 성공을 시각적으로 그려 봄으로써 나는 이 성공을 내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의도는 재미있는 친구다. 그래서 내는 자신의 의도를 어디에 놓건 그것을 보게 된다.
저자가 말하는 마법의 비법은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
강렬한 이미지 트레이닝은 뇌도 혼동한다고 한다.
따라서 내가 마치 의사인 양, 마치 부자인 양 행동하거나 상상하면 뇌는 그것을 착각한다.
기적을 바라는 것은 종교의 영역이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내가 원하는 것을 되도록이면 자세하게 상상하는 것.
자세하게 상상할수록 뇌는 착각을 하게 되고, 내 의지도 불이 붙는다.
뇌가 착각할 수 있게 더 자세하게 상상하라!
2. 내 안에 내재한 '플라나리아'를 찾아라.
P179
지난 수십 년 동안 내가 배운 교훈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먼저 결과에 대한 믿음이 가는 것과 그 결과에 집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둘째, 무엇보다 힘들게 배운 교훈은 정확하게 내가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사람이 뜻이 이루고자 하는 의도 안에는 엄청난 힘이 내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우주가 주는 도움의 손길을 무작정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에게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내가 직접 준다는 점이다.
종교의 힘 없이 “보상받을 것이다”라는 믿음 & 성실함을 뇌가 인식하도록 믿음을 가진다.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리지만 그 속에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득력은 있다.
내 뇌를 속일 정도의 믿음이라면 내 몸은 서서히 착각하면서 변화할 것이다.
이 책을 보니 마치 플라나리아가 생각났다.
잘라도 잘라도 재생하는 신비한 생물.
플라나리아는 물속 세계를 바꿀 수는 없다.
오히려 외부의 힘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잘린다.
하지만 플라나리아는 외부 탓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을 변화시킨다. 재생한다. 잘린 상처를 싸매고 없던 눈(안점)을 다시 만들어낸다.
저자가 말한 마법은 플라나리아와 같다.
외부를 바꾸지는 못한다.
아빠도 여전히 알코올 중독자였고, 엄마도 여전히 우울증을 앓는다.
하지만 자신은 재생한다. 더 이상 잘린 채로 살지 않고 안점을 만들어내며 손상된 조직을 자가 치유한다.
이런 재생능력이 필요하다.
3. 아쉬운 점 : 종교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거의.... '초록은 동색' 수준
도전이 되는 말이 많기도 했지만 사실 종교색이 너무 짙었기에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추천사에서 세계 4대 생불로 알려진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이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과
특히 달라이 라마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다.
'종교서적이 아닌데 왜 달라이 라마의 후원을 받지??'
책을 모두 보고 나서야 약간은 이해가 간다.
우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고 있는 내용은 정말 불교, 인도 종교의 내용과 흡사한 면이 많다.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한 호흡법이라든지,
자신의 목소리를 집중하는 명상법,
우주에게 긍정의 주문을 거는 자기 암시,
반복해서 주문을 외는 만트라 등등
호흡법은 뭐 신체와 관련된 거니까 그냥 넘어간다 쳐도 나머지 부분들은 상당히
불교적이고 종교적이다.
기독교처럼 자기를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정반대로 자기 자신을 신처럼 믿어버린다.
물론 자신을 믿는다는 행위 자체는 종교가 아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는 저자는 "나르시시즘에 빠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해두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연민과 이타심 연구 및 교육 센터"(CCARE)를 설립하기도 했다. )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이 그 어떤 것보다 가능하다고 믿는 것(to believe)은 이성적 사고, 자신감을 뛰어넘는 믿음의 영역, 즉 종교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의학적 소견으로 "뇌와 심장의 상관관계"를 책 절반 가까이 설명했지만,
그리 와 닿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과학적"이라고 해명하려는 궁색한 변명 같았다.
우주의 비밀을 파헤친다고 엄청나게 선전했던 [시크릿]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내가 볼 땐 종교 코너에 있어야 할 만큼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견이 많이 담겨 있었다.
(조용기 목사의 [4차원의 영적 세계]랑 뭐가 다르냐는 말이다.;;;)
4. 그럼에도 이 책을 보는 이유.
P187-188
우리는 태어나고 죽는다. 그리고 탄생과 죽음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너무나 난데없이 발생하므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선택은 우리에게 주어진 이 귀한 순간마다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할지, 그 방식에 있을 뿐이다.
참 기구한 인생이다.
의사가 되기까지 가족이 도와준다 해도 힘든데,
그 길을 혼자서, 그것도 가족의 끊임없는 방해(?)에도 불구하고 해냈다니.
저자가 가진 불굴의 의지는 과연 무엇일까? 플라나리아 같은 재생 능력을 정말 루스가 준 것일까?
그저 마술 트릭을 배우고 싶었던 소년이 인생을 마법처럼 변화시킨 비결은 정말 무엇일까?
BTS는 우리에게 "힌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좌절하고, 낙망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믿으며 뇌를 도전시키라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은 그것이다.
"뇌를 한 번 속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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