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디테일의 놀라움을 배우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도대체 어떤 디테일이길래 '사소하지만 감동을 주는' 것일까?
1. 이 작가의 안목은 대단하다.
일반인이 도쿄를 갔다면 그냥 초밥만 먹고 올 텐데…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고 캐치한다.
게다가 생소할 수 있는 “디테일”이라는 주제로 책까지 낼 정도로 안목이 대단한 것 같다.
나도 뉴욕과 보스턴에 한 달 정도 있다가 왔지만, 만약 이 작가가 뉴욕을 갔다 왔다면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캐치해낼까 궁금하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을 캐치할 수 있는 안목과 더불어, 이 작가는 이야기꾼이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제품에 사연과 이야기를 넣어 맛깔스럽게 제품을 재창조해낸다. 그리고 그것이 대단한 스토리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라서 더 마음에 와닿는다.
앞서 읽었던 “실력보다 안목이다”라는 책과 너무 비교되는 책이다. 미안하지만 “실력보다 안목이다”라는 책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재밌다. 단순히 '성공과 전략'이라는 카테고리를 벗어난 내용들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도쿄의 디테일]에서는 최첨단 기술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옛날 방법으로 만들어낸 아날로그 한 제품 소개가 더 많다.
그러나 이 책에는 사람을 향한 배려가 있다. 그렇다. 배려가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감동한다. 단순히 만족하는 것을 떠나서 감동한다. 이런 감동을 주는 사람이 돼야 한다.
2. 책 자체가 디테일을 몸소 실천합니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내용이 가진 디테일한 콘텐츠를 뛰어넘어 실제로 디테일에 대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책 자체가 가진 디테일.
정말 신기하게도 책을 보는 내내 너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이런 디테일은 굳이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발상의 전환뿐인데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 담긴 디테일에 대한 내용이 더욱 믿음이 가는 이유다.
봉이 김선달처럼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디테일이 감동을 준다는 것을 책 자체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3. 일본. 디테일의 나라
일본이라는 나라는 생각보다 참 배려심이 많다.
공중전화 부스 밑에 봉을 설치해, 통화하는 동안 앉을 수 있게 해 놓은 배려는 정말 작지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횡단보도를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는 노약자들을 위해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넣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배려가 적중하진 않는다. 오히려 불필요한 배려로 인해 “굳이?”라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용자, 또는 소비자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동을 하면 했지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 배려에는 돈이나 시간이 많이 들지도 않는다. 그런데 정말 요긴하다고 느낀다.
이런 고효율을 나도 제공하고 싶다.
저소비 고감동 말이다.
4. 언제나 공략할 디테일은 있다.
P 42
첫 번째는 처음 저가항공사가 등장한 이유가 대형 항공사의 비싼 티켓 가격 때문이었다면, 신흥 저가항공사는 기존 저가항공사가 지닌 불편함으로 인해 등장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부분을 넘어설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거죠. 어떤 서비스든 단점은 항상 있는 법이고 그 단점을 노리고 신흥 강자들이 등장하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 절때 원칙 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명심해야 할 점이다.
언제나 단점이 존재한다. 그 단점을 고쳐주는 것이 바로 디테일의 역할이다. 사소한 불편함이지만 그것을 캐치하고 해결해준다는 점. 그 해결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점. 결국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보이는 문제점을 해결해준다는 점이 매력이다. 나도 고객의 입장에서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파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P103 -104
선물의 명분을 취향이 아니라 ‘날짜’에 주목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생일이라는 ‘날짜’에 주목했습니다. 그러고는 해당 날짜에 태어난 작가가 쓴 책을 블라인드 형태로 판매했습니다.
와 이건 정말 대박이다. 연예인 김수용 씨가 자기 딸을 위해, 딸이 태어난 날 신문을 다 샀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 그때 그날을 기념하며 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센스를 직접 상품으로 파는 저자가 있다니 대단하다.
항상 자기 생일은 특별하다. 매년 지루하지도 않고 설렌다. 그런 심리를 제대로 노린 것이다.
취향을 타지 않는다. 그날에 담긴 의미를 감은 책이라면 굳이 읽지 않아도 뜻깊은 책이 될 것이다. 정말 굿 아이디어다.
P141
모마 디자인 스토어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매장 입구에 있던 선물 큐레이션 설치물이었습니다. 이 섹션에는 For him, For her, For kids라는 세 개의 타깃 군이 매우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각 타깃 군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지 매장 내 상품과 함께 추천해주고 있었습니다.
— 단순히 “남성, 여성, 유아용”이 아니라 저렇게 색다르게 쓰는 게 재미있다.
'아'다르고 '어'다르다 하지 않았는가?! 부르는 호칭마저도 세심하게 살핀 것을 보면 제품에도 신뢰가 가기 마련이다.
P247 -248
‘제1 사고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법이었던 제1사고 원칙은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와 테슬라 CEO 일본 머스크의 사고법으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제1사고 원칙은 일반적인 상식이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에 다가가 생각해보는 사고법입니다. 예를 들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고민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많은 사람은 자동차의 형태를 먼저 떠올리고 이 자동차가 어떻게 하면 날아다닐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자동차 바퀴에 이착륙 장치를 달아볼 수도 있고 자동차 본체에 로켓 발사체 같은 장치를 달아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것은 제1사고 원칙에 따르면 어긋난 사고법입니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라는 단어 자체에 얽매여 자동차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맴돌기 때문입니다. 제1사고 원칙에 따르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고민할 때는 날아다니면서 수송하는 본래 기능에 초점을 둡니다. 그렇게 되면 형태는 꼭 자동차가 아니어도 되는 거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이착륙할 수 있을지, 자동차처럼 수송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만 고민해보면 됩니다. 이런 사고는 새로운 콘셉트를 지닌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고, 혁신으로 다가갈 수도 있습니다.
— 이것이 중요하다. 기존 형식에 얽매여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혁신할 수 없다. 순수한 목적에만 초점을 두고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해보라.
P249 사례로 든 나선형 의자(앉는 기능+테이블 기능)라든지 냉수 온수를 버튼을 눌러 바꾸는 세면대는 “순수 기능”에 초점을 둔 참신한 방법들이다.
P250
고객을 향한 디테일 사례에는 제1 사고 원칙을 적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됐든 고객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고, 그 형태가 기능적으로도 우수할 경우 적합한 디테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같은 기능이라도 새로운 디자인과 형태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이걸 노려라
아쉬웠던 점
1. 아날로그 자체가 가진 한계
물론 모든 내용이 와닿았던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다이어리에 관한 디테일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아무리 다이어리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 숨 쉰다 해도 다이어리 자체가 가진 시대의 한계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다이어리는 시대의 흐름 속에 없어지고 사라질 아이템 중 하나다. 아무리 디테일로 몸부림친다 해도 찾는 이는 점점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2. 동상이몽은 어쩔 수 없는 법
P174에서 소개한 problem to product gift 2018 전시회의 경우에, 보자마자 초반에 거부감이 들었다. 못생긴 과일을 음료 주스로 만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환경도 살리고 상품으로도 만들고.
하지만 그 스토리를 듣고 나서 어떤 소비자는 “못생긴 과일”이라는 이미지에 사로잡혀서 상품에 마치 하자가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세스 고딘도 스토리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상품 설명을 일일이 다 듣고 구매하지는 않는다. 가뜩이나 시간도 없어 죽겠어서 이미지. 느낌. 인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누가 구구절절 스토리를 다 듣고 사겠는가?
D47이라는 특성 때문에 괜찮다고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곳에 있었다면 굳이 제품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다.
마무리하면서...
일본 서점에서 난데없이 여행사를 운영하고, 무인양품 잡화 브랜드에서 뜬금없이 책을 판매한다.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연결고리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서점에서 가장 많이 찾는 여행책이지만 단순히 여행책만 팔 것이 아니라 아예 여행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진행한다면 얼마나 편할까. 주방도구만 팔 것이 아니라 주방도구에 맞는 요리법 책을 팔면 얼마나 윈윈일까.
정말 놀란 것은 무인양품이 무지 호텔까지 한다는 것이다. 무지 잡화의 친숙한 이미지로 호텔방을 꾸미는데 그 반응이 꽤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아는 호텔의 정형적인 모습과 달리 마치 일본 가정을 방문한 것처럼 포근한 이미지로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발상은 대담하면서도 참신한 것이다. 최근에 알라딘 중고서점이 중고물품을 중개하는 알라딘 마켓을 개시했다. 이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고”에 초점을 맞춰 확장을 한다. 나도 이런 아이템 확장 능력이 필요하다.
P326-327
무심코 생선 가게를 지나치던 어느 날, 이 가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저렇게 줄을 섰을까.’ 생각하며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가게 없는 안내판을 보았습니다.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생선 구워 드립니다. 1000원” 이 가게는 고객이 생선을 살 때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그러고는 생선구이가 지닌 불편을 파악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집안에 냄새가 되는 것은 물론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는 뉴스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니까요. 이 생선가게는 1000원만 더 지불하면 생선을 대신 구워 주는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고객의 불편을 잘 찾아내어 그것을 새로운 수익과 혜택으로 바꾸면서 고객을 향한 배려를 전달한 사례라고 봅니다. 다른 생선 가게와 차별화하는 강력한 포인트도 갖게 되었고요.
비슷한 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 한 발자국 더 나가면 그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디테일입니다.
이 마무리 글이 이 책의 핵심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것. 모두가 아는 답이지만 또 가장 하기 어려운 해결이다.
이 책은 참 소장가치가 높은 책 같다. 여행책자도 아닌 것이 여행 갈 때 꼭 갖고 가고 싶고, 잡지도 아닌 것이 꼭 스크랩을 하고 싶게 만든다. 성공을 다루는 자기 계발서도 아닌데, 왜 이 책을 보고 나면 내가 성공할 것만 같지??
이런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은 배워야 한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지만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다. 끊임없이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한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고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만의 디테일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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