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었으니 남긴다

너는 소중하단다 아이야[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거니gunny 2022. 3.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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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었다. 

 

엄밀히 말하면 "총 3부 가운데 1부를 읽었다."

 

@스포일러 주의!!@

Capetinha(까뻬친냐)!

브라질 포르투갈어로 '작은 악마꾸러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제제('조제'의 애칭)"를 보면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어릴 때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누가 이 아이를 "작은 악마 녀석"으로 만들었는지 말이다. 

순수하다 못해 하얀 도화지 같은 그 아이의 아버지가 만약 뽀르뚜가 였다면 어땠을까?

 

나무와 친구를 맺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그만큼 친구가 없다는 뜻이고, 

그만큼 사랑을 받지 못하며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가슴이 메어온다.)

 

자신을 나쁜아이라고 생각하는 불쌍한 제제를 보면서 어른들이 한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너무도 순진하게 자신을 나쁜 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사랑하는 아이를 "사랑한다. 너는 참 소중한 아이란다"라고 말할 의무가 있다. 

 

1.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 있나요? 

P69 
“좋아 그렇다면 우리 집 식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왜 아기 예수는 우리한테 잘해 주지 않느냐 말이야. 파울랴베르 댁엘 가 봐. 그 큰 식탁이 먹을 걸로 가득 차 있는 거 봤지? 빌라스 보아스네도 마찬가지야. 아다우뚜 루스네는 말할 것도 없고.” 

또또까 형의 한탄은 신의 평등함에 대해 의문을 품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어린아이도 안다.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처음엔 이 책이 이렇게 슬픈 내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크리스마스에 아무것도 기념하지 못하고 아빠에게 심한 말을 실수로 했다고 자기가 악마같이 나쁜 아이라고 자책하고, 거기에 구두를 닦으러 나갔는데 구두 손님도 없다.

정말 이런 크리스마스가 있을까? 왜 이런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어린아이를 앉혀 놓고 "사실 기독교라는 것은 말이다. 하나님으로만 만족할 때 어쩌고 저쩌고"이런 위로가 통할까?

당장 내 친구는 크리스마스라고 선물을 기대하고 있는데, 제제는 구두닦이를 해서 백수 아버지 선물을 구하고 있다. 

 

2. 하얀 도화지 제제. 

P178 
자칫하면 자존심이 무너질 것 같아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는 내 턱을 받쳐 들었다. 
“지난날은 잊도록 하자. 너 차를 타 본 적 있니?” 
“없어요.” 
“그러면 내가 태워 주마.”
“탈 수 없어요. 우리는 원수잖아요.” 
“그런 것은 상관없다. 네가 정 창피하다면 학교에 조금 못 미쳐서 내려 주마. 어떠냐?” 

"우리는 원수잖아요" ㅋㅋㅋㅋㅋ 귀엽다 이 녀석. 순진하다는 것이 이것이 아닐까? 

 

3. 당신은 가장의 자격이 없습니다. 

왜 아이를 학대하면 안 되는지, 왜 감정으로 아이를 때리면 안 되는지 이 책을 보면 너무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아무 잘못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아이의 잘못은 이빨이 나가도록 맞거나 허리띠로 맞을 정도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는 밥 보다 종이 접기가 더 중요했다. 그리고 야한 농담이 담긴 탱고 노래 뜻을 모르고 그냥 따라 부른 것이다. 
이것은 아이가 혼나야 할 부분이 아니라 어른이, 특히 부모가 가르쳐야 할 부분이다.

가족이 워낙에 패배의식에 젖어있으니까 화풀이로 아이를 때리기만 한다.

누구 말마따나 이렇게 학대를 당하면서도 잘 성장하는 제제가 고맙기만 하다. 

4. 저자의 동심

어쩜 이렇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글을 지었을까?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을 갖고 있었다 할지라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어린 시절의 생각과 모습들을 묘사해낼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저자 조제 마우로 지 바스콘셀로스(José Mauro de Vasconcelos)는 대단한 상상력의 작가다.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린 것으로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이름도 저자와 똑같이 "주제"였을 것이다. 

 

어른이다 못해 아저씨가 된 나이에 읽었지만 

정말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린아이가 사랑스러웠던 책이었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제제의 상황이 너무 슬펐고, 제제가 하는 순수한 생각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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