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별]
@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니 주의바람!!!@
도진기 작가.... 흥미롭다, 이 사람.
'전직 판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사실 독자입장에선 그런 것에 관심없다.
책은 재밌어야 인정받는다. 더군다나 추리소설이니 재미와 지적흥미는 기본이다.
그런데 다행히, 이 책은 재밌다.
책을 한번에 몰아보지 못하는 타입인데도 하루만에 한 권씩 다 읽을 정도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감히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공장장, 히가시노 게이오 보다 훨씬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도진기의 이 작품이 훨씬 구성력이 뛰어나고 치밀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실제로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사이비 종교, "백백교"를 소재로 속도감있게 전개했다.
얼마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지, 이렇게 영화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종교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왜 우리나라는 이런 말도 안되는 종교에 선동될까?
왜 우리나라는 이런 사이비 종교를 수출까지 하고 있을까?
그만큼 선동질을 당하는 게 쉬운 민족이라 그런가?
백백교를 믿을 정도의 최악은 아니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념에 휘둘리고, 정치 선동에 휘둘리고 있다.
정작 그것을 선동하는 자들은 정의, 자비, 사랑에 관심도 없는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좋았다.
정말 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뒤통수를 몇 번 툭 치는 부분이 있었다.
이건 인정한다. ㅋㅋㅋㅋ 보면서 "헉"이라고 몇 번을 놀랐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많았던 작품이었다.
우선, 뭐 그리 등장인물이 시작부터 그리 많은 지 모르겠다.
처음 볼 때 이름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이름 기억해내느라 고생 좀 했다.
"얘가 누구지?... 얘는 앞에 나왔었나?"
심지어 책의 종반을 치닫고 있는데도 계속 새로운 이름이 등장해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다.
둘 째로, 떡밥 수거도 제대로 안하고 끝내버렸다.
처음 꺼낸 이탁오 박사와의 설전이나 고진 변호사의 아파트 아래층 사는 피아니스트에 대한 떡밥은 여전히 남아있다.
물론 이걸로 나중에 또 소설 써먹으려고 하는 건 이해한다만 볼 일 보고 덜 닦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하여간 이런 떡밥들 정말 싫다. 회수를 안하고 무책임하게 남겨버리다니...
그리고 마지막, 이건 취향차이의 문제인데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형사가 범인의 기상천외한 범죄행각을 아무것도 간파하지 못한 채 쫒기만하다가 옵저버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끝내버리는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그나마 브레인 역할을 했던 고진 변호사도 심통치 않았다.
제아무리 뒷골목 변호사라는 칭호를 받았다지만 그도 결국 사건을 예방하거나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저 [오리엔탈 특급 살인사건] 처럼 이미 일어난 살인사건을 분석하고 나중에 다 끝나고 나서야 "아 그런거였어?!"하고 무릎탁 칠 뿐이다.
나는 추리하는 주인공이 범죄자의 의도를 멋지게 간파하고 사건을 예방하는 걸 선호한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고진 변호사도 나름 엉뚱한데가 있긴하다.
그러나 사건을 예방하거나 미리 살인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부분에서는 범인의 계략에 놀아나기도 했다.
물론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도 이왕 즐길거면 정의의 편에 서서 카타르시스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게 좋다. 만능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왠지 짜릿하다.
그래서 난 찬호께이의 소설을 더 선호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위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정말 재밌었다.
어디서 이런 한국 추리소설을 볼 수나 있을까?
앞으로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는 얘기도 있던데 기대가 된다.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
P. S. : 그나저나, 왜 제목이 [유다의 별]일까?
아마도 작가가 메시아를 떠나버린 가룟유다에게 매력을 느껴서가 아닐까?
일부내용
2권 p37
“없는 놈들이나 안빈낙도니 뭐니 하는 거지 아예 가망이 없으니까. 그렇게 위로 하고 사는 거야. 저 아래쪽에 있을 때는 소소한 삶이니 뭐니 읊어대도 어쩌다 위로 올라가면 꼭대기 한 번 밟으려고 안달이 나는 법이거든. 에베레스트 100m 남겨두고 내려올 놈 있겠나?”
—정말 부자의 마음을 잘 대변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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