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남미에 있는 “수리남”이라는 나라를 아시나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나라.
이 나라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인구 50만의 작은 나라 수리남에서 벌어지는 실화 드라마.
이제껏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수리남”을 소재로 한 작품은 보질 못했어요.
독특한 작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오늘은 드라마 “수리남”에 대해 나누려고 합니다.
@스포일러 주의!!!@
한국시간으로 9월 9일에, 전세계에서 가장 큰 OTT플랫폼 넷플릭스가 제작비 350억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을 전 세계에 공개했습니다.
6부작으로 구성된 ‘수리남’은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영화 ‘공작’, ‘범죄와의 전쟁’, ‘군도’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요.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공개 직후 국내에서 곧바로 TV쇼 부문 시청순위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밖에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바하마 등 10개국에서 첫 날 톱10 차트에 진입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영화 평론 사이트 IMDB에서도 현재까지 평점 7.4점을 기록 중입니다.(22년09월12일)
자 그럼, 우선 드라마 “수리남” 줄거리부터 알려 드릴게요.
우리의 주인공 강인구.
1968년에 태어나 베트남전 참전 용사인 아버지와 요구르트 배달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자랍니다. 아버지는 베트남에 참전하시고 돌아오셨지만 여전히 가족은 빚에 시달렸고, 요구르트 배달을 하다 갑자기 쓰러지신 어머니는 돌아가시게 됩니다. 장례식을 치른 후 얼마 안 있어 아버지도 과로로 졸음운전을 하시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십니다. 그 때문에 강인구는 어릴 때부터 단란주점에서 일을 시작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이렇게 살다가는 희망이 없다 생각하던 차에 원양어선 일을 하던 친구 박응수가 돌아와 아주 솔깃한 사업 제안을 합니다. 홍어를 잘 먹는 한국과는 달리 홍어를 먹지 않는 수리남.
이 홍어를 한국으로 독점으로 수출해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인구는 수리남으로 날아갑니다.
수리남에서의 희망은 잠시, 군인이 뇌물을 대놓고 받아먹질 않나,
뒤이어 중국 깡패집단 두목 첸진이 상납금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줄기 빛처럼 전요환이라는 한인교회 목사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 주는 겁니다. 이제는 정말 문제없이 돈만 벌 줄 알았던 강인구와 박응수.
그날 밤.
밤에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인해 모든 것이 쑥대밭이 되어버립니다.
박응수는 외출하고서는 아무 연락이 없고,
강인구는 난데없이 경찰에게 쫒겨 범죄자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홍어 잡으러 수리남에 갔는데 왜 갑자기 미국 마약단속국 DEA와 국정원까지 등장할까요?
6시간 동안
실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기가 막힌 드라마.
드라마 수리남 Narco saints입니다.
1. 진짜 실화였던 이야기!
차라리 누군가의 창작물이었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아주 씁쓸하지만 드라마 내용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합니다.
신문에서도 아주 크게 소개된 적 있는 인물인데요.
전요환 목사의 실제 인물은 바로 한국 마약왕 “조봉행”씨라고 합니다.
조봉행씨는 1980년부터 수리남과 인연이 있었다는데요.
그때는 선박냉동기사로 수리남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1994년에는 범죄 후 도피처로 “수리남”을 삼았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나오죠? 건축 사기투자로 엄청난 돈을 벌려고 했었죠. 그 사건이 경찰에 발각되면서 수리남으로 도망쳐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1995년 수리남 국적을 취득하고서는 각종 범죄를 행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알아보던 중 남미 최대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수리남 내에 밀매 조직을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마약을 팔기 위해서는 고위층들과 친해져야만 했는데요. 고위층, 경찰, 군대까지 모든 수리남 정상급 인물들이 다 조봉행씨와 친했다고 합니다. 특히 보우테르세 대통령과는 각별한 사이였다고 하네요.
조봉행은 수리남 내에 있는 한국인들을 포섭해 마약을 운반했다고 합니다. 보석 원석을 남미에서 유럽까지 운반해주면 400만원을 준다면서 유혹을 한 거죠.
돈이 필요했던 학생, 주부들은 원석인줄로만 알고 운반을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원석 안에 마약이 들어있었고, 그 마약운반 혐의로 인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이를 다룬 영화도 있었다고 하네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바로 이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꼬리가 길어지자 국정원과 인터폴은 조봉행을 수배하게 되고, 끈질기게 작전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조봉행을 체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수리남 지역때문인데요. 수리남에는 주한대사관도 없는 데다 범죄인 인도조약도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봉행을 수리남 밖으로 유인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뜻밖의 인물이 나타났는데, 그 사람이 바로 강인구씨, K였다고 합니다.
조봉행 때문에 K씨는 억울하게 피해를 봤던 겁니다. 그리고 국정원은 K씨를 설득해 조봉행을 체포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설득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드라마에 나오게 되죠.
드라마를 보시면 알겠지만, K씨는 엄청난 사람입니다.
정말 K씨가 아니었다면 조봉행씨가 실제로 체포됐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치밀하게 국정원과 연락한 것도 그렇고요,
심지어 조봉행씨의 측근을 몰아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앉는 일까지 했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한 가지 정말 크게 안타까운 점은,
조봉행씨는 그렇게 체포가 되고 징역 10년에 벌금 1억을 선고받았다고 합니다.
목숨 걸고 체포한 결과가 10년 감옥살이인 셈이죠.
왜 형량이 이것밖에 나오지 않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결국 조봉행씨는 다시 수리남으로 돌아가 삶을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K씨와 가족분들 안전하게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실화라서 더 재밌는 드라마
드라마 “수리남”입니다.
2. 목사와 마약왕
목사가 마약상이라니?!
물론 실제로 조봉행이 가짜 목사를 했다는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 나오는 전요환 목사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캐릭터인데요.
아니, 가장 목사와 마약상이 공존할 수 있다고요?
너무 ‘아이러니’ 아닌가요?
얼핏 보면 아이러니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아이러니가 아닙니다.
어떤 종교를 깊게 믿는 것이 도덕적이고 상식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는 것은 우리의 착각 때문입니다.
드라마 속 전요환 목사는 정말 종교를 믿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정말 목사님처럼 보인다는 말입니다.
중간에 욕을 좀 하고, 마약을 팔긴 하지만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인상적인 설교를 하고,
성도를 돌보는 것은 영락없는 목사의 일과입니다.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우리의 상식과 다르게 종교인 같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람들은 본인은 정말 종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이 봤을 때는 내로남불의 극치죠.
하지만 이미 그들은 일반인의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바로 그런 예 중 하나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였기에 더 충격적이었는데요.
뉴스에서도 아주 자주 종교인이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는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아 저 스님은 가짜 스님이구나. 아 저 목사님은 가짜 목사님이구나.”
하지만 누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나요?
인간은 절대 구별할 수 없습니다.
전요환 목사는 나쁜 짓을 밥 먹듯 하면서도 정말 자신이 하나님의 종이라고 믿었습니다.
오히려 코카인을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보고 있어요.
그 선물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거죠.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요?
이것을 가능하다고 보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독일의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Die Welt als Wille und Vorstellung)”에서 인간의 의지는 맹목적이고 이성은 그 의지에 순종하는 도구일 뿐이다라고 말합니다.
의지(will)라는 것은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전혀 말이 안 되는 데도 의지가 원하는 것이라면 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이 어리석은 선택을 변명하기 위해 인간은 이성(reason)을 사용합니다.
한마디로 '이성'은 의지의 하녀인 셈이죠.
코카인은 단순한 마약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자신은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선물인 코카인을 다룰 수 있다.
제삼자가 봤을 때는 말도 안되는 논리거든요.
그런데 이미 전요환 목사는 이것이 진리요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 앞에서 전요환 목사의 양심, 상식은 아무런 힘을 낼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전요환 목사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도 가끔 의지에 이끌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죠.
먹으려는 의지가 너무 앞서다 보니 밤에도 무언가 먹으려고 하죠.
그렇게 실패한 다이어트.
시간이 지난 후에 우리는 이렇게 변명합니다.
내일 더 열심히 운동하면 될 거야.
오늘은 너무 스트레스가 많아서 먹을 수밖에 없었어.
우리에게 이성은 마치 사고처리반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제는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죠?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드라마,
드라마 “수리남” 입니다.
3. 오마주 파티
헐리우드 영화나 한국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은 이 드라마 보시면서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장면들이 많이 있었을 거예요.
데자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많은 부분들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져왔는데요.
우선, 강인구씨의 스토리 패턴은 영화[아메리칸 메이드]와 비슷합니다.
성공을 위해 달렸지만 불법을 저지르고, 그 불법이 들통나자 위기에 빠집니다.
그리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줄기 빛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CIA 대신 국정원이 다가와 손을 내밉니다.
딱 [아메리칸 메이드]과 비슷한 전개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결말과 반전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또 황정민 배우를 통해 뭔가 떠오르는 캐릭터 안 보이시나요?
네. 바로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죠?
처음 목사님 역할을 할 때는 연기 변신 성공했구나 싶었는데
차이나타운에서 첸진에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이 XXX야" 할 때는
누가 봐도 영화 [신세계] 정청이 떠올랐습니다.ㅋㅋㅋㅋㅋ
마치 “드루와 드루와” 할 것만 같은 인상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정민 배우는 이번에도 종교인 연기를 했네요?
지난번 나홍진 감독 영화 [곡성]에서는 무당 역을 맡았는데
이번 [수리남]에서는 목사 역을 맡았습니다.
종교인 역할이 참 잘 어울리나 봅니다. 상당히 재밌는 연기자입니다.
덕분에 아주 몰입해가며 봤습니다.
하정우 배우를 보면서도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죠?
바로 나홍진 감독 영화 [황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느낌이 다릅니다.
이번에는 뭐랄까요.
이번에는 호랑이굴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호랑이를 혼내는 사나이 같았어요.
저는 솔직히 전요환 목사나 첸진보다 주인공 강인구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영화 [황해]에서는 진짜 아무것도 없는 사나이였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악당 면가가 시키는대로 일을 하는 역할이었는데요.
너무 불쌍해 보였습니다.
돈은 돈대로 못 받고, 억울한 누명까지 입어서 먼 타지에서 도망자로 지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하정우 배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면가보다 더 악랄한 사기꾼 전요환 목사에게도 굴하지 않고, 사람 발을 잘라서 시체를 달아놓은 첸진한테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달달 볶으면서 자신이 원하는대로 이들이 움직이게 만듭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상당한 쾌감이 생깁니다.
나쁜 놈들 사이에서 당하고 살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자신을 죽이려고 감옥에도 보내고 폭행하고, 협박까지 했던 사람들인데 전혀 기죽지 않습니다.
실제 강인구 역할의 모티브가 된 K씨 역시 엄청나게 용기 있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황해]를 보신 분들은 이런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보시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초호화 캐스팅에 대해서 말을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황정민 배우와 하정우 배우의 콜라보만으로도 엄청난 일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이 같이 나오니까요.
거기다가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박해수 배우까지 등장하고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장첸이??
대만의 세계적인 스타 장첸이 1화부터 출연합니다.
저는 장첸을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와 내가 아는 장첸이 나온다고?”
그리고 이 스타 배우들을 아주 잘 스토리에 녹아들게 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작가와 연출 감독의 노력이었겠죠?
드라마가 시작한 후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특히, 첩보영화나 인간의 심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여러분의 6시간이 결코 아깝지 않을 겁니다.
다소 선정적인 장면과 잔인한 장면이 들어있기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작품입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장면들은 아주 짧게 지나가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잘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드라마 “수리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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