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종교적인 이유 때문도 있지만 원체 공포영화를 잘 못 본다.
나홍진 감독 작품인 영화 [곡성]도 장르를 모르고 봤기 때문에 그렇지,
그렇게 께름직했던 영화였다면 아마 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반전 부분에서는 약간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다.)
영화 [사바하]는 대놓고 귀신이 등장한다.
"악귀를 잡는 악신이라"라고 목소리를 내리 까는 이정재의 의미심장한 목소리에
대놓고 "이건 귀신영화야, 무섭겠지?"라고 홍보한다.
특히, 섬뜩한 영화 포스터 그림이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도 "깔끔한" 영화라 좋았다.
눈을 찡그리게 하는 징그러운 장면이나 갑툭튀하는 귀신 장면도 없었고,
떡밥들을 제대로 수거하지 않은 채로 영화를 불성실하게 끝내지도 않았다.
게다가 영화 후반에 반전까지 보여주니 아주 대만족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
진정한 신은 그저 신비로운 기적을 발하는 자가 아니다. 사이비 교주들처럼 자신에게 "헌신"을 강요하는 신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도리어 자신의 몸을 던져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구세주였기에 그 신은 진정 대단하다.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 구세주는 "이사아 53장"이 말하는 구세주가 아니었던가!
영화에 등장한 진정한 구세주는 아무 흠모할 모양새도 없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아무 관심도 끌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결국 이 구세주는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뱀"을 밟고서 진정한 희생을 이뤄낸다.
배우들의 열연 또한 멋졌다.
이정재의 존재감만으로 이 영화는 B급 축귀 영화에서 A급 미스테리 영화로 업그레이드되었다.
특히, "금화"역을 맡았던 이재인양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가장 힘들었을 연기였을텐데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정나한" 역을 맡았던 박정민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미리 만나보았는데, 그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신선했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경찰의 역할이 너무 부재했다는 느낌이 든다.
살인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상 어쩔 수 없이 경찰이 등장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경찰의 역할을 좀 더 기능적으로 잘 소화해 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황반장"을 맡은 정진영은 그냥 멍하니 일어난 사건 쫓느라 시간을 허비했다.
차라리 박목사의 누나가 등장하지 말고, 황반장과 함께 사건을 파헤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정말 "새 발의 피"다.
한국영화에서는 "종교 & 축귀"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잘 나오기가 힘들다.
종교와 밀접한 한국인이지만 그만큼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감독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선을 잘 그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색채를 과감하게 잘 표현해내며, 장르의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오락성과 작품성까지 두루 포기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 감독의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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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찾아 봤다.
위 인터뷰 내용처럼 이 영화는 "신은 우리가 고통 받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한다.
이 질문은 종교를 가져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드는 질문일 것이다.
필자 또한 저 의문을 끊임없이 갖고 있고, 지금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죽을 때 까지 알 수 없는 답변일지도 모른다.)
절대적으로 선한 신의 창조물인 세상이 왜 이리도 고통스럽고, 슬픔과 절망, 배신과 거짓이 난무할까?
존 파이퍼는 그의 책 [하나님은 어떻게 악을 이기셨는가]에서
"성경은 이 땅에 왜 고통(악)이 존재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라고 정직하게 대답하기도 했다.
그렇다. 우리 인류는 이 대답을 알고 싶으나 알 수가 없다.
기독교에서는 성경이 알려주지 않는 한 알 길이 없다.
불교 또한 "이 세상은 고통이다"라고 말하지만 "왜 이 세상이 고통이여야만 하는가"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이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과연, 악이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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