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해결하려다가 기본을 살리지 못한 시간여행"
@스포일러 주의!!@
나도 이제 꽤 나이가 들었나 보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는 영화가 또 나왔다.
과거 한국영화에서는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로 많이 영화화되었었다.
[시월애] 또는 [동감]이 기억난다. (드라마 [시그널]도 또 다른 시간여행이었지 아마)
헐리우드에서는 역시 [프리퀀시]와 [백 투 더 퓨처]가 기억난다.
그러고 보면,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식상할 대로 식상하지만 늘 기대되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영화 [당신, 거기있어줄래요]에서 다루는 시간 여행은 약간 독특하다.
30년 전 자신을 찾는 기묘한 시간여행 이야기다.
기욤 뮈소의 유명작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내 타입은 아니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는 늘 그렇듯 과거와 현재를 잘 다뤄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어긋나 버리면 무수히 많은 허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여행 이야기는 항상 작가 하기 나름이다.
정말로 많은 모순들을 힘겹게 다루느라 고생한 티가 많이 났다.
@느릿느릿 축축 쳐지는 시간여행
우연히 3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 한수현.
불의의 사고로 죽었던 첫 사랑 연아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 과거로 돌아가 이것저것 손을 본다.
그런데 그의 행보가 답답하기만 하다.
속도가 너무 축축 쳐진다.
첫 번째는 그렇다치고, 왜 두 번째 만났을 때부터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지 않았을까?
왜 계속 감질맛나게 툭툭 던지고 가는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밍기적 밍기적 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가 정말 과거를 고치고 싶은지 의문이 들기도 하다.
겁이 많아서? 너무 신중해서?
그렇게 따지면 이 사람은 애초에 과거를 고칠 용기도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미 과거 첫 사랑을 살리기로 작정했다면 이렇게 미적대면 안 된다.
결국 한수현(2015, 1985 모두)은 즉, 두 명의 여자에게 아주 몹쓸 짓을 한 거다.
1. 1985년의 한수현은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과 결혼한다.
2015년의 한수현은 사랑했을지 몰라도,
1985년의 한수현은 다르다.
연하가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이렇게 따로 또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녀와 결혼을 하는 것은 아주 "수단"적인 결혼이었다.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능적으로" 헤어지고, "기능적으로" 결혼한다.
(그리고 사족인데 꼭 짚고 넘어가고 싶다.
와.... 김효진씨 연기.... 손이 오그라든다...ㅡㅡ
특히나, 아침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시나리오는 뭥미?
언제 적 "존스홉킨스, 논문 흥미" 이야기인가??
마지막 전화로 아기 울음소리는 뭐야?? 그럼 혼자서 임신을 다 겪었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설정이 몰입을 방해한다.)
2. 한수현은 딸 수아를 위해 연아를 과감하게 버렸다.
2015년의 한수현은 과거 자신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첫 째, 연아와 헤어질 것.
사실 이게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살렸으면 해결된 거 아녀?
딸 수아도 포기하기 싫으니까 연하는 살리되 헤어져야 한다는 건 연아를 "육체적으로만" 살리는 것이지
실제로는 연아를 두 번 죽이는 셈이다.
딸 수아는 살아야겠고, 연아는 보고 싶고...
이게 무슨 이기적 인간의 끝판왕이냐??
30년 동안 잊지 못했을 정도면...
그렇다면 2015년의 한수현은 여전히 결혼을 하고도 첫사랑을 잊지 못했단 얘기다.
이해한다. 첫사랑은 아름다운 실패작이기에 의미가 있다.
아무리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고 새 출발한다 해도 첫사랑이 잊히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다.
추억이라는 필터가 그때 그 시절을 아름답게 포장하기도 한다.
하. 지. 만.
추억은 추억으로서 남아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추억이 추억으로 남지 않고 다시 살아날 때는 불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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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이라는 것이 모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참 중요하다.
그러나 영화는 이 모순을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났다.
다음번엔 시간여행이라는 이 양날의 검을 정말 잘 다루는 영화를 만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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