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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봤으니 남긴다 277

일본이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철학[기생수]

@스포일러 주의@ 기생수를 봤다. 2014년작으로 상당히 오랜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참 잘 만들어진 수작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몸 일부분에 기생충이 들어와 함께 "공생"한다는 설정이라. 정말 참신하고 공포스럽고 궁금하다. 스파이더맨처럼 슈퍼맨이 된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징그러운 형체를 가졌기에 수치스럽기도 할 것 같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지만 이 불가능한 설정을 정말 그럴듯하게 만들어놓는 일본의 풍부한 상상력은 정말 대단하다. 애니가 19세관람가이기 때문에 상당히 징그럽기도 하고, 잔인하다. 하지만 매일 삶 속에서 터져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살인, 강간, 사기 사건들을 뉴스에서 보고 있노라면 이 만화가 오히려 순정만화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류가 태동하..

유럽 영화의 시간 장난[트랜짓]

@스포일러 주의!!!@ 재미있는 설정이다. 2020년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라니. 처음엔 엄청 헷갈렸다. "가만, 이거 뭐지? 경찰차가 최신식인 데다가 카페에 전자 키오스크?? 이거 정말 2차 세계대전 상황 맞아?" 알고 보니 시대는 2020년인데 영화 스토리만 1940년 상황이란다. (이런 설정 장치를 가리켜 "아나크로니즘(시대착오)"라고 한다.) 그 점만 빼면 영화를 이해하는 데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남의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있을 때 가장 서러울 때가 언제인지 아는가? 바로 비자 문제가 닥쳤을 때다. 평소에는 아무런 차이 없이 잘 지내지만 비자 문제가 생기면 "이방인"은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일군을 피해 망명한 자라면 인간보다 못한 목숨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렇..

2022년 새해 첫 영화는 [그린나이트]

많이 고민했다. 새해에 가장 뜻깊은 주말을 보내기 위해 고민했다. 영화를 본다면 과연 무슨 영화를 봐야 후회함이 없을까? 내 선택은 [그린 나이트]였다. 100% 만족한다. 이 영화는 영국 문학사적으로 유명한 서사시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마 많은 문학사들은 이 영화를 주의 깊게 봤을 것 같다. 원작 제목은 "가웨인 경과 녹기사"다. (위키피디아 참조) 《가웨인 경과 녹기사》(Syr Gawayn ande þe Grene KnyȜt)는 14세기 말에 쓰인 영국의 로맨스 서사시이다. 총 2500행 정도의 두운체로 쓰여 있다. 중세 영어의 서부 미드랜드 방언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그 내용은 옛 켈트 신화의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어판은 1925년에 J. R. R. 톨킨과 E.V. 고든이 ..

2021년 마지막 영화는 [버닝]

특이하게도 외국분이 추천해준 한국영화. 언젠가 보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늦게나마 보게 됐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은 유명작들이 많다. [박하사탕]이나 [밀양], [오아시스] 등 우리 사회가 가진 보이지 않은 문제들을 영화로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다. 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많았고, 무엇보다 소재 자체가 불쾌하고 불편한 소재들이 많아서 (장애인 문제, 기독교 문제 등) 애써 보지 않았다. (좌파 영화감독이라는 별명처럼 좌파가 좋아할 만한 관련 작품을 많이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버닝은 스티븐 연과 유아인이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고, 과연 어떤 작품이었길래 외국인이 추천해줄 정도인가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본 [버닝]은 꽤 깔끔한 영화다. "깔끔하다"라는 평을 하기 어..

사탄 왈, "아 이건 좀;;;"[라스트 듀얼]

@스포일러 주의!@@@ 사탄도 혀를 내두를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진짜 사람이 저렇게 이기적일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된 영화. 내가 본 가장 x새끼는 남편도 아니고, 강간범도 아니다. 내가 본 가장 x새끼는 성직자들이다. 질문들이 하나같이 모욕적이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즐기지 않으면 임신하지 않는다. 이건 과학이다."라는 대사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서 혀를 내둘렀다. 지금도 억울한 일 투성이지만, 정말 저 시대에 저 나라에서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냥 "허허헣 인생 ㅈ같이 오지게 걸렸뿟다"하고 웃으면서 혼자 자연인으로 살았을 것 같다. 오로지 지 새끼 낳는 것에만 열중하는 미친 남편 새끼와 강간하고서 "너도 즐겼잖아"하고 말하는 십할새끼는 진짜 돌로 쳐 죽이고 싶었다. 그 누구도, 어떤 이야기도 정말 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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